[데스크 시각] 여의도 일제청산 바람

[데스크 시각] 여의도 일제청산 바람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1-06-08 00:00
수정 2001-06-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최근 서울 여의도 정가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 불고있다. 여야 의원들이 망라돼 추진하고 있는 ‘친일잔재 청산바람’이 그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여야 의원 23명은 지난 5일 친일잔재청산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회장 김희선 의원)을 결성했다.우리 국회의원들 입에서 ‘민족정기’라는 말이 나온 자체가 참으로 오랜만의일이다.해방후 반민특위가 와해된 이후 아마 처음이 아닌가싶다. 김희선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국회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을 제정해 일제잔재 청산을 시도했으나 친일세력의 반발로 무산됐다”면서 “선배 의원들이못한 민족정기 수호의 대업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다짐’대로라면 ‘제2의 반민특위’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같은데 뒤늦었지만 민족사적으로 참으로반갑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이날 모임에는 여당의대표가 나와 “일본 역사교과서에 대한 대응 못지않게 우리내부의 일제잔재 청산도 중요하다”며 축사까지 했다니 더욱 이들의 행보에힘이 실리는 듯하다.

잘 알다시피 해방후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양대 과제는 통일·민족국가 수립과 일제잔재 청산을 통한 민족정기 확립이었다.그러나 반세기 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모습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토는 양분되고 독립국가에서는 차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외세에 빌붙어 기득권을 누리며 민족반역을 저지른 자들이 다시 권력엘리트로,거대자본가로,명망가·지식인으로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이는 우리처럼 2차대전 당시 외세의 지배 아래 있었던그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해방후 때를 놓친 ‘민족정기 확립’은 두고두고 민족적과제로 남아왔으나 이승만 정권 이후 역대 정권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정당은 극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독립운동 경력을 가진 정치인들마저 대세론을 앞세워‘친일’시류에 편승해 민족정기를 짓밟아 왔다.이같은 형국이고보니 친일경력자가 단상에서 독립운동가에게 훈장을내리고,친일파가 대일외교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심지어 이들이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심사하기까지 했다.친일경력자가큰 감투를 내세워 국립묘지에 버젓이 묻히고, 법원이 친일파가 매국의 대가로 축적한 재산을 실정법을 이유로 보호해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는지도 모른다.

지난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친일문제는 역사학계를 포함해 우리사회의 여러 ‘성역’ 가운데 하나였다.이 때문에친일문제 전문연구자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예산이 없어 아직 ‘친일인명사전’ 하나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새천년을 사는 우리의 현주소이다.지난 95년 해방 50주년을 계기로 총독부 청사 철거,‘국민학교’ 명칭 개정 등 잠시 이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설정되는가 싶더니 이 역시 ‘잔칫상의 안주’ 정도로 끝나버리고 다시 대중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제발 이번만은 과거처럼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이같은 움직임이 비록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계기가 됐다고는 하나 이제라도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면교사로삼았으면 한다.모처럼 여의도에 일고 있는 ‘민족적 바람’에 박수를 보내며 특별법 제정에 앞서 이 문제의 대중적 확산을위해 국회의원·전문연구자·독립운동가·법조계·일반시민들이 참여한 대토론회를 제안한다.

정운현 문화팀 차장
2001-06-08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