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왕 장례식장 수만명 오열행렬

네팔, 국왕 장례식장 수만명 오열행렬

이동미 기자 기자
입력 2001-06-04 00:00
수정 200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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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나라얀히티 왕궁에서 지난 1일밤 디펜드라(30) 왕세자가 비렌드라 국왕(55)등 왕실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살을기도,뇌사상태에 빠지는 참극이 발생했다.정확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혼사 문제로 불만을 품은 디펜드라 왕세자가 만취상태에서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국왕과 아이스와랴(51)왕비,니라잔(22)왕자,쉬루티(24)공주 등 8명이며 디펜드라 왕세자를비롯한 4명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네팔 정부가공식 발표했다.

■사건 개요 사건은 1일 밤 10시40분(현지시간) 나라얀히티왕궁에서 열린 왕실 정례 만찬석상에서 발생했다. 네팔 일간 네팔리안타임스는 만취한 디펜드라 왕세자가 왕비의 꾸중을 듣고 격분,자동소총을 난사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고보도했다.

현지언론들은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왕비가 “디펜드라 왕세자가 35세 이전까지 결혼 또는 아이를 갖는다면 국왕이비운에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성술가들의 말을 믿은데다 왕세자가 고른 신붓감이 자신의 가문과 반목하는 집안출신이어서극구 반대했다고 전했다.

사고 뒤 국왕 직무대행을 맡은 국왕의 동생 갸넨드라 왕자(54)는 이번 사건이 “자동소총이 갑자기 발사되면서 생긴돌발적 사고”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번 참사의 씨앗이 된 ‘비운의 여인’은 전직 재무장관의 딸 데브야니 라나(22)로 현재 인도 뉴델리로 피신한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파 국가평의회는 사건 발생 후 수습과 왕위 계승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개최해 디펜드라 왕세자를 일단 왕위 계승자로 지명했으나,뇌사상태에 빠져 있어갸넨드라 왕자가 섭정중이다.이번 참사로 각 지방에 근거지를 둔 좌익세력이 준동하고 국왕에 충성을 맹세한 군부가반기를 드는 등 사회 불안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례식 2일 네팔 국민 수만명이 수도 카트만두 곳곳에서추모 물결을 이뤄 오열하는 가운데 국왕 내외와 니라잔 왕자 등의 장례식이 거행됐다.이들의 시신은 군병원에서 카트만두 황금사원 옆 장례식장으로 운구돼 화장됐다.

이날 카트만두 시내에서 일부 시민들은 디펜드라 왕세자가부왕을 살해했을리 없으며 어떤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영국과 일본, 미국,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성명을 발표,네팔 왕실 참변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네팔은 인도 북부와 중국에 걸쳐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고립된 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빈국중 하나.국왕이 국가원수와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2,100만명 인구중 80%가 농업에 종사하며 국민 1인당 연간 소득은 213달러수준.인구중 90%가 힌두교,5%는 불교신자다.

이동미기자 eyes@.

*네팔 비렌드라 국왕…입헌군주제 도입 민주화 정착.

비렌드라 국왕(55)은 90년 절대 왕권을 포기,다당제 총선을 실시하면서 입헌군주제를 도입해 네팔에 민주화를 정착시키면서 네팔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다. 그후 각종 의식에 참석하는 상징적 지위에도 불구,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영국 이튼칼리지와 미 하버드대에 유학한 후 72년 국왕에올랐으며 왕자 때인 71년 아이스와랴 왕비와 결혼,악연의디펜드라 왕자를낳았다.

*네팔 디펜드라 왕세자…英 이튼 칼리지 출신 모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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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드라 왕세자(30)는 영국 이튼 칼리지 출신으로 평소매우 온화하고 다감했던 성품의 소유자.가끔 폭음하는 것외에는 흠잡을 게 없는 모범적 왕실자제로 참극 직전까지도아버지를 도와 왕실 업무를 도왔다. 총과 사냥, 무술에 관심이 많았던 만능 스포츠맨으로 “영국 유학을 통해 수신(修身)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해왔지만 결혼을 둘러싼 부모와의 갈등을 극단적 방법으로 끝내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말았다.
2001-06-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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