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동자승과 디지몬

2001 길섶에서/ 동자승과 디지몬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2001-05-04 00:00
수정 200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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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을 며칠 앞둔 어느날 서울 종로 조계사후문 근처를 지나게 됐다.대여섯살쯤 돼 보이는 동자승(童子僧)20여명이 무리지어 앳된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까까중 머리에 잿빛 저고리와 바지를 입은 꼬마들은 하나같이 밝고 발랄했다.불탄절(佛誕節)행사를 위해 독실한 불자 집 아이들이 한달 동안 동자승이 된다고 했다.

또래의 손자가 있어 동자승들의 행동을 지켜 보았다.“자,두 사람씩 짝지어 줄을 서세요.”보모격인 인솔자의 지휘에따라 꼬마들은 손을 맞잡고 대열을 이루기 시작했다.한눈을팔며 계속 킬킬대는 모습이 일반 유치원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마침내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인솔자가 말했다.“여러분 디지몬 노래 아시죠?” “네!” 꼬마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시이작!” 꼬마들은 힘찬 목소리로 ‘디지몬,디지몬’ 하며 영어 노래를 합창했다.동자승과 디지몬이라….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세상은 바야흐로 디지털시대다.

장윤환 논설고문

2001-05-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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