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선언] 결혼과 일

[여성 선언] 결혼과 일

임성민 기자 기자
입력 2001-04-30 00:00
수정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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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4년쯤 하다가 아무래도 공부하는 것이 자신의 길인 듯싶어서 지금은 대학원에 다니고있는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유학을 가고 싶은데 고민이 된다는 것이었다.“뭐가 고민이야.유학가! 가고 싶어도못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나라면 당장 가겠다” 그런데 그 친구는 뜻밖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노처녀 얘기 듣기전에 시집도 가고 싶다나.결혼을 하려면 그래도 서른 살이되기 전에는 해야 하는데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빨리 받는다고 해도 나이가 30대 중반은 될 것이고 그 나이까지 미혼으로 있기는 싫다는 것이다.남자야 유학가서 만나면 되지않겠느냐고 했더니 마땅치가 않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미혼이고 유학가서 공부하고는 싶고 노처녀 얘기도 듣기싫고….20대 여성이면 다들 한번쯤 비슷한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젊은 날은 저물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뤄놓은것은 하나도 없고 결혼을 해야겠지만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기는 싫고 아마도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일 게다.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성에게는일을 제대로 해볼 욕심이 있으면 결혼을 선뜻 결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한 뒤 한길을 선택했다면 그 길의 장점만을 생각하며 유연한 마음으로,그러나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만약 모든 일 다접고 결혼해서 가정주부로 집안에 들어앉는다면 그 선택이최선이라고 믿고 가정에 충실하며 살림하고 애 키우고 여가시간을 이용해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인생은 단 한번뿐이니까.

그리고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기로 했다면 스케줄을 잘 짜서 가정과 직장에 적절히 시간을 안배해서 강약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포인트 생활법이랄까.모든 것에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중요한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놓고 순위별로 일을 해치우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상당부문 일보다 가정이 우선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일이 우선이 될수도 있을 게다.하지만 일보다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여성을 놓고 프로의식이 부족하다고말할 수는 없다.가정을 꾸리며 직업을 갖고 일하는 한국의 여성은 슈퍼우먼임에 틀림없을 테니까.그것도 아닌 독신으로 살며 진정한 캐리어 우먼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전문가로서 많은 것을 이루며 외롭지만 꿋꿋하게 살아가야 할것이다.

몇 달전,나는 7년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낼 결심을 하고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옛 상사였던 남자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저…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데요” 그랬더니,대뜸 “임성민! 올해 몇 살이야? 시집 안가? 여자가시집을 가야지. 프리랜서…생각같이 쉽지 않다.그거 여자가 하기 힘들어.프리랜서를 하더라도 결혼을 하고 해.그 잘나가던 탤런트 ㅇ양도 봐라.이제 나이들었다고 PD들도 안쓰려고 한다.여자…나이들면 안쓴다.몇 년 못가.그러니 결혼해라.여자의 행복은 결혼에 있어.결혼하고 남편 벌어다 주는돈 쓰면서 쉬엄쉬엄 일해” 만약 같은 상황에서 남성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을 한다며 그 선배를 찾아갔다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도 결혼하고 나서 프리랜서를 하라고 했을까?임성민 아나운서
2001-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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