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상류 죽어간다

한탄강 상류 죽어간다

박록삼 기자 기자
입력 2001-04-26 00:00
수정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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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구청들과 처리용역 계약을 맺은 쓰레기 처리업체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의 상수원인 한탄강이 오염되고 있다.

25일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삼율리 상수원 보호구역인 건지천.한탄강 상류로 흘러드는 건지천은 한달이 넘게 계속된봄 가뭄으로 군데군데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건지천을 끼고 있는 마을 입구를 들어서자 음식물 썩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지난 2월 초부터 서울의 음식물 쓰레기가 삼율리와 초과리의 경계지점에 자리잡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 J농장으로반입되면서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던 이곳은 악취가 진동하고 개천이 썩어가는 ‘죽음’의 마을로 변해버렸다.

돼지 800여마리를 키우는 J농장에는 매일 새벽 서울 중구청과 노원구청 등의 쓰레기 차량 2∼3대가 음식물 쓰레기를싣고 온다.

사료용으로 반입된 음식물 쓰레기는 농장 앞마당에 그대로방치되거나 농장 뒤 야산에 매립된다는게 주민들의 얘기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스며나온 오수(汚水)는 고스란히 건지천으로 유입된다.

관인면 삼율리 이장 이찬우(李燦雨·52)씨는 “인근 논에는 생명수와도 같았던 건지천이 짬뽕 국물처럼 혼탁해지면서 농업용수로서의 기능을 완전 상실했다”며 탄식했다.

건지천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염상태가 극에 달했다.악취와 함께 퍼런색의 부유물이 떠다니고 있었다.막대기로 바닥을 휘젓자 누런 침전물이 솟구쳤다.물고기는커녕,생명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두달 후 장마철이 닥치면 음식물 쓰레기와 썩은물은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탄강 상류와 연결되는 금학산,지장산 계곡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포천군청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농장으로 반입된 음식물쓰레기량은 1,000여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올해초 서울의 구청들이 쓰레기를 사료용으로 바꾸는 처리시설을 설치해주고 t당 1만8,000원씩 처리비용을 주기로 농장측과 계약을 맺었으나 처리시설은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농장측은 처리비용을 꼬박꼬박 받는 만큼 쓰레기를 넘겨 받은 뒤‘적당히’ 처리해 버린다.

건지천 옆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민연식(閔演植·68)씨의양어장에는 이날도 잉어 10여마리가 죽은 채 물위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농장 주인 장모씨에게 수차례 항의했으나 개선의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천군청에 고발했다. 장씨는 지난 14일 경찰의 의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혐의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최근 농장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을 보급했다”면서 “조만간 처리시설이 가동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관인면 주민 1,000명은 26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포천 박록삼기자 youngtan@
2001-04-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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