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유엔총회 의장

[씨줄날줄] 유엔총회 의장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2001-04-23 00:00
수정 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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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8월1일 유엔(UN·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의 새 의장국이 된 소련의 말리크대표는 회의 첫머리에 “그동안 한국사태에 관해 결정한 모든 것이 무효”라고 선언했다.상임이사국인 소련이 불참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결정’이란,그해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북한을 침략국으로 규정하고 유엔군을 한반도에 파병하기로 한 일련의 결의를 의미한다.말리크의 억지는 물론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전쟁 초기 소련은 전략적인 실패를 자초했다.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반대했더라면 이같은 결정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그런데도 소련은 자유중국(현 대만)의 대표성을 시비하며 7월 말까지 불참하다 8월 의장국 순서가 되어서야 나타난 것이다.소련에는 ‘국제사회가 개입할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결국 소련의 실수는 한반도 적화를 막는 데한몫을 단단히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엔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1948년의 12월 유엔은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총회때 한국을 승인해 국제사회 진출의 길을 터주었다.한국전쟁에서는 유엔군을 파병해 울타리 노릇을 했다.이같은 인연에힘입어 우리는 1950년에서 75년까지 국제연합일 (유엔데이)을 공휴일로 지정해 국가적으로 기념했다.1951년 조성한 부산 유엔묘지에는 한국전쟁에서 숨진 11개국 2,000여기의 영령이 안치돼 지금껏 내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 학계 일각에서는 한국과 유엔의 관계를 ‘냉전시대의산물’이라 깎아내린다.요즘처럼 남북이 화해 협력의 길로나아가는 시기에는 유엔의 의미가 예전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그렇더라도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남북이 유엔에서 한목소리를 낸 일에서 보듯 유엔은 여전히 국제무대의 중심이고 ‘선(善)기능’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한 지 10년 만인 올해 유엔총회 의장국을 맡기로 내정돼 후보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권역별로돌아가면서 맡는 의장직이 올해는 아시아에 돌아왔고, 그간사전조율을 통해 우리 몫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1950년말리크에게 온갖 수모를 당한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1-04-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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