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死後/(하)현대의 앞날

정주영회장 死後/(하)현대의 앞날

주병철 기자 기자
입력 2001-03-26 00:00
수정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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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한 정주영(鄭周永)전 현대 명예회장의 청운동 자택 빈소에서는 웃고 넘기기에는 예사롭지 않은 얘기들이 오갔다.

“이렇게 정씨 일가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어요.1m도 안되는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원수처럼 등을 돌리고 그렇게들 싸웠잖아요.”문상객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이말이 곧 현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임을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왕(王)회장 없는 현대가 표류할 것인지,옛 영광을 되찾을것인지의 여부는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버금가는 형제간의 실질적인 관계 회복에 달려 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앙금 털기가 첫 과제> 현대를 아는 사람들은 장남인 정몽구(鄭夢九·MK)현대·기아자동차 총괄회장이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특히정몽헌(鄭夢憲·MH)현대아산이사회 회장측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빚어진 감정의 골을 메움으로써 현대차와 현대그룹에대한 이미지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물론이번 장례식을 통해 MK·MH 진영간에 깔려 있던 앙금이 다소 사그라드는 듯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슴 속에 맺혀 있는 앙금을 훌훌 털어 내기에는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현대 안팎의 시각이다.특히 MK측은 그동안 MH측의 현대상선 쪽에 맡겨 왔던 수출용 자동차 수송을 독자적인 법인 설립을 통해 되찾아 오겠다는 뜻을 갖고 있어 MK가 ‘대화합의 맏형’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중공업 등 계열분리도 장담못해> 당장 올 상반기에는 현대전자를,하반기까지는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를 마쳐야 한다.

현대전자는 최근 ‘하이닉스 반도체’로 이름을 바꾸면서새 출발을 선언했지만 반도체값 하락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장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는 별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타 계열사의 지분은 말끔히 정리된상태이며,MH계열의 현대중공업 지분 정리도 계속 작업 중이다.

다만 부실 덩어리인 MH계열의 현대석유화학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가 중공업 계열분리에 다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는 MH> 현대그룹의 주축인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 해소가 최대 관건이다.이라크 미수금(8억5,000만달러)을 모두손실로 처리할 경우 자본금(2조1,000억원)이 잠식될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건설의 결산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관심거리다.그러나 건설측은 분식회계로 엄청난 부채가 감춰진 대우그룹과는 달리 회계감사로 부채 규모가 확연히 드러날 경우 오히려 회사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도 발등의 불이다.매달 북측에 지불하는 관광 대가(1,200만달러)를 지불하지 못해 좌초 위기에 몰려있다.

북한측은 관광선 코스 확대 등 금강산 활성화 방안에 대해‘말만 하고 실행이 안되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정부 또한 카지노·면세점 허가 등에 대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이미 자본금(4,500억원)을 잠식한 상태에서 북측이 관광 대가를 유예시켜주지 않을 경우 험난한고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미궁에 빠진 현대증권·현대투신·현대투신운용의 미국 AIG사와의 매각 협상도 해결해야 할과제다.

주병철기자 bcjoo@
2001-03-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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