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의사 정웅인 “이제는 악당 정후겸”

웃기는 의사 정웅인 “이제는 악당 정후겸”

입력 2001-03-12 00:00
수정 200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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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매서운 지난 8일.MBC 새 사극 ‘홍국영’야외세트장으로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서울에서 버스로 세시간여,짙푸른 충주호를 끼고 구비구비 고갯길을 넘다보니 저만치아래로 고풍스런 기와집·초가집 수십채가 즐비하다.드라마의 주무대인 한강 마포나루와 비슷한 곳을 수소문해 찾은 게 바로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낚시터.

“이번엔 무조건 악역으로 밀고 가렵니다.홍국영의 맞수 정후겸은 잔머리 잘 굴리는 진짜 악당이죠.마침 저와는 같은연일 정씨라 인연이 깊습니다.” 정웅인은 댕기를 드린 더벅머리 총각 차림으로 나타났다.특유의 쏘아보듯 강렬한 눈빛과 앙다문 입매.시트콤 ‘세 친구’의 순진하고 코믹한 정신과의사 ‘웅인’은 겉모습에서는이미 씻은 듯 사라졌다.

정후겸은 영조의 딸 화완옹주의 양자로 들어간 뒤 권력에의 야심을 키우며 홍국영(김상경 분)과 대결한다.조연출을 맡은 김진민PD는 “촬영 시작한 지 며칠 안됐지만 ‘딱’이라는 느낌이 온다”고 연신 칭찬했다.

하지만 ‘세 친구’에서의 코믹한 이미지를 걷어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촬영장을 지나가는 사람마다“‘세 친구’정웅인이다”라며 웃음부터 터뜨리기 때문.가만 있어도 매서운 눈에 힘을 잔뜩 줬지만 그의 말투는 시트콤에서 터득한 넉살이 번득인다.말하자면 이런 식이다.“드라마에 격투 장면도 꽤 많아요.태권도 3단이라 직접 해도 잘할 수 있는데 대역이 따로 있더라구요.제가 확실히 주인공맞나 봐요.” “화완옹주에게 양자로 간택받기 위해 색동옷을 입고 갑니다.옹주에게 ‘중국의 어떤 70노인이 100세 된 노모를 즐겁게 해 드리려고 색동옷을 입었답니다’라며 꼭둑각시 춤을추거든요.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 것 같죠? 절대 안나올 걸요.” 우스개 소리 같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자신만만함이 엿보인다.96년 TV단역으로 데뷔해 스타반열에 오를 수 있던 것도알고 보면 10년동안 연극판에서 쌓은 연기의 힘이다.사극은이번이 처음.“느린 호흡은 그런대로 할 만한데 대사 어미처리가 너무 힘들어요.‘엄니 그랬슈’같은 친근한 고어체는 어떻게 하면 사투리처럼 나오거든요.2∼3부까지는 그저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하겠습니다”라며 엄살을 피운다.

마침 이날 ‘홍국영’의 성공을 비는 고사도 치렀다.“시청률 쑥쑥 올라가고 연기자들 CF 많이 들어오게 해주소서.”정웅인도 넙죽 절을 올리며 활짝 웃는 돼지 입에 ‘배춧 잎’몇장을 집어넣었다.

충주 허윤주기자 rara@
2001-03-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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