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유산상속…두갈래의 삶

가혹한 유산상속…두갈래의 삶

김주혁 기자 기자
입력 2001-03-07 00:00
수정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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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정권은 유태인 600여만명을 학살하고 2차세계대전의 참사를 유발한 범죄집단이다.히틀러의 제1후계자 헤르만괴링,총통 대리 루돌프 헤스,히틀러의 비서 마틴 보르만,SS친위대 총대장 하인리히 힘믈러,폴란드 총독 한스 프랑크,히틀러소년단장 발두어 폰 쉬라흐 등 1급 전범들은 뉘렌베르크전범재판에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처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반인륜범죄와 직접 관련이 없는,전범의 자식들은어떤 운명의 길을 걸었을까.

‘나치의 자식들’(이영희 옮김,사람과사람 펴냄)은 언론인부자가 1급전범 자녀들의 인생역정을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전한 기록이다.노베르트 레버르트가 지난 59년 당시 20∼30대였던 전범 자녀들을 최초로 인터뷰해 벨트빌트지에 연재한내용에, 그 아들인 슈테판 레베르트가 41년만에 다시 한 인터뷰를 보탠 형식이 특이하다.

보르만의 큰 아들 마틴은 신부로서 아프리카 등지에서 봉사하다 70년대초부터 종교담당교사로 일하며 유태인 희생자 자녀들과 교류한다.그는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는 사랑하는 반면,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사악한 범죄자인아버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프랑크의 둘째아들 니클라스는 잡지기자로서 80년대 중반 출간한 ‘나의 아버지,나치의 살인마’라는 책에서 “해마다아버지가 처형당한 10월16일이면 죽은 아버지의 사진 위에서수음을 한다”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했다. 아버지를 “비겁하고 부패했으며 권력에 눈이 먼 남자이자 잔혹한기회주의자”라고 결론지었다.

그의 형 노르만은 “아버지의 재산은 죄로 덮여 있으니 모두포기해야 한다”며 이 세상에서 프랑크란 이름은 사라져야한다는 뜻에서 아이를 갖지 않았다.

반면 헤스의 외아들 볼프는 아버지를 감금한 국가를 위해 싸울 수 없다며 군복무를 거부했고 자신의 아들이 할아버지의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고 자랑한다.힘믈러의 외동딸 구드룬은 옛나치들을 돌보는 활동을 주도하고,괴링의 외동딸 에다는 몰수당한 아버지의 미술품을 되찾기 위해 법정투쟁마저불사하는 등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걸어잠근 삶을 영위해 대조를 이룬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묻는다.‘당신의 아버지가 전범자였다면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침략국이었던 독일이나 일본과 달리 식민지의 설움을 겪었던한국의 친일파 청산문제는 더욱 미진하다. 친일파의 후손들중에서도 조상의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망각은 은혜인 동시에 위험이다.

김주혁기자 jhkm@
2001-03-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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