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풍속도](3)민원 안통하는 창구

[은행 신풍속도](3)민원 안통하는 창구

주현진 기자 기자
입력 2001-02-23 00:00
수정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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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청탁,대출압력은 옛말입니다' 은행 민원의 90%를 차지하는 게 대출 청탁이다.은행장,지점장 등이 전결권을 갖고대출을 하다보니 인정과 압력에 의한 대출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그러나 IMF 위기를 겪으면서 은행들이 여신체계를 확 바꿨다.신용위험도 최소화에 역점을 두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장은 22일 “기업들이 성장기를 달릴 때에는 부도율이 낮고 은행도 돈 떼일 염려가 적어 청탁이 들어오면 생색도 내며 인심을 쓸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IMF 위기이후 저성장시대가 오면서 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위험이 커진 만큼 신용리스크를 철저히 따지지 않고서는함부로 돈을 빌려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지난 98년을 기점으로 40억∼5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인·기업신용 평가시스템을 구축,컴퓨터를 이용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대출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98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와 CRM(기업여신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개인의 경우 신상자료,집,차,기타대출 등 신용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입력하면 여신한도액이 바로 산출된다.

은행원 입장에서도 정해진 규정에 따라 대출을 하는 만큼대출 부실에 따른 책임이 없다.신한은행은 CSS 시행이후 개인여신 연체율이 평균 8%에서 1%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자랑한다.한 은행 여신담당자는 “한사람이 직접 여신을 평가할 때에는 청탁,학연,지연,안면 등이 판단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면서 “컴퓨터가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다 보니 ‘안되는 일도 되게 하라’는 압력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물론 거래실적,경제상황 등 요건을 감안해 지점장과 심사역들의 협의하에 조정할 여지는 남아있다.

기업 여신도 마찬가지다.행장이나 지점장의 단독전결권제가 폐지되고 심사역·임원들로 구성된 여신협의회가 대출여부를 결정한다.보는 눈이 많아 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탁 거절도 쉬워졌다.김진만(金振晩)한빛은행장은 “요즘은 (대출)부탁할 때에도 자기가 먼저 알아서 ‘안되면 할 수 없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 정도”라면서 “압력넣고 겁주는 일은 다 옛일”이라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이제 민원인을 만나주는 대신 고객을 찾아나서고 있다.IMF이후 행장들은 우량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우리 돈 좀 쓰세요’라며 대출 세일즈를 벌이고 있다.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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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주현진기자 jhj@
2001-02-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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