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송사 조실 원응스님 전시회

벽송사 조실 원응스님 전시회

입력 2001-02-22 00:00
수정 2001-02-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출가자는 보통 수행에 정진하면서 조용히 사는 게 본 모습인데 공연히 빛깔내는 것 같아 죄스럽고 두렵기도 합니다.

” 40년간 지리산 서암정사에서 수행하면서 틈틈이 화엄경을사경(寫經)해온 대한불교 조계종 벽송사 조실 원응(元應)스님이 오는 27일부터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화엄경 금니(金泥)사경과 묵(墨)사경 외에 금강경보탑 금니,원통보탑 경면주초,금강경 금니 10폭 병풍,화엄경 약찬게 금니부채 등 사경 작품 180점을 선보인다.

“옛부터 사경이란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을 들여 완성하는 불사입니다.사경 자체가 부처님의 공덕이지만 사경을보는 것 또한 큰 정성인만큼 부처님 말씀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고려시대에는 사경원을 두는 등 국가적인 지원 아래 사경이 번성했지만 조선 들어 억불숭유 정책으로 쇠퇴해 사경 문화재는 지금 드물게 남아 있다.특히 60만자나 되는 화엄경 자구에 일일이 금가루를 입힌금니사경은 국내에 단 한건도 없다.따라서 화엄경 80책 전권을 완전 사경한 것은 원응스님의 작업이 처음이다.“지난 61년 지리산에 처음 입산할 당시 백골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등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원혼을 달래고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민족화합과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발원으로 사경을 시작했지요.” 반야심경 금강경 묵사경부터 시작해 부처님 말씀을 제자들이 마지막으로 옮긴 화엄경을 시작한 때는 지난 85년.이후화엄경 전권을 사경하는 동안 시력이 나빠져 앞이 보이지 않고 탈진상태에 빠져 꼼짝없이 며칠간 누울 때도 있어 그만둘 생각을 수없이 했단다.

“화엄경은 우선 저본 수집이 어렵고 오·낙자가 많아 일본 대만과 국내 문헌을 모두 대조하는 점검작업부터 시작했지요.한지(감지)도 일본에서 수입한 것을 쓸 수 있었지만 순우리 문화재를 남기고 싶은 욕심에서 일일이 만들어 썼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담은 사경 작품들은 3월5일까지 전시된다.

김성호기자 kimus@

2001-02-22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