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자 세뱃돈

[씨줄날줄] 전자 세뱃돈

박건승 기자 기자
입력 2001-01-19 00:00
수정 200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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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어린이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세뱃돈이 있어서 즐거운 날이다.7세기 중국 수나라 서적에 “설은 신라의 국경일”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설 역사는 매우 유원(悠遠)한 듯하다.그러나 설 아침에 덕담과 함께 받는 세뱃돈의 유래는 그처럼 오래된 것 같지 않다.조선 순조때 연중 세시풍속을 자세히 수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세뱃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다만 “원단(元旦) 사흘동안 아는 사람을 만나면 ‘새해 안녕하시오’라며 경사를 들추어 축하한다”고 덕담풍습을 적었을 뿐이다.

세뱃돈 관행은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많다.중국인은 전통적으로 설을 맞아 자녀들에게 ‘돈을 많이 벌으라’는 뜻으로 홍포(紅包·붉은 봉투)에 빳빳한 돈을 넣어 주었다.이 때 겉봉투에는 반드시 덕담을 적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도 설이 되면 으레 어린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관습이 생겼다.물론 설 아침에 자녀에게 약간의 용돈을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세배만 하면 무조건 절값을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설이 용돈을 끌어 모으는 기간으로 여기는 경향마저 엿보인다.한술 더 떠 어른들이 초등학생에게 만원짜리 지폐를 주는 것이 예사이고,수표를 주는 경우까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다행이나마 최근들어 세뱃돈 대신 부담이 적고 교육효과가 큰 도서상품권 등을 주는 어른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설을 앞두고 국내 한 전자화폐발행업체가 세뱃돈 전자화폐를 내놓아 화제다.이 회사는 홈페이지(www.ecoin.co.kr)로 1,000원권 전자 세뱃돈을 신청하면 신용카드 크기의 전자화폐를 우편으로 보내준다.전자화폐에 적힌 비밀번호를 인터넷에 입력하면 영화나 음악 따위의 디지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이 회사는 내년부터 웹상에서 사이버카드를 직접 판매하는 서비스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그렇게 되면세배를 받고나서 컴퓨터상에 세뱃돈을 입력해 주면 그만이다.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기성세대들로서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그래서 “할아버지 되어 세뱃돈 주기도 어려운 세상”이라는 푸념이 나올 법도 하다.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세상이정신없이 변하는데 옛날을 그리며 버틸 수만은 없지 않은가.

박건승 논설위원 ksp@

2001-01-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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