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설에 무방비 재해대책

[사설] 폭설에 무방비 재해대책

입력 2001-01-09 00:00
수정 200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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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눈이 내려 고속도로와 국도,공항 등이 마비됐고 8일까지도 일부 지역의 교통이 통제되는 교통대란이 빚어졌다.교통사고로 숨진 사람만 10명이나 된다고 한다.비닐하우스와 축사(畜舍)·농촌가옥 붕괴,농작물 동해(冬害) 등 농가피해도 적지 않다.

휴일인데도 이 정도 피해가 났는데 평일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대도시의 경우 도시 기능이 완전 마비됐을지 모를 일이다.

근래 보기 드문 폭설이었던 만큼 사전 대비 소홀을 운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하지만 제설(除雪)체계나 정부와 공무원들의사태 수습 자세와 노력엔 문제가 많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사태에서 확인됐듯 풍·수해와 달리 폭설의 경우 중앙과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제설과 교통시설 복구 등의 작업을 지자체와 철도청, 한국도로공사,공항 등에 따로따로 맡겨두다 보니 유기적 협조는 처음부터 기대하기어려웠다. 지역별, 도로별,공항별로 제설작업이 들쭉날쭉해 교통난을부채질할수밖에 없었다. 종일 폭설이 쏟아졌는데도 부처간 비상대책회의조차 한번 열리지 않았다니 한심하다.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통제하는 대비체계를 마련하길 당부한다.

고가의 제설차량이나 장비를 지자체별로 알아서 마련하라는 것도 문제다.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제설차량은 형식적으로 몇대만 갖추고 있고,염화칼슘이나 모래주머니를 주요 지역에 놓아 두는게 전부다.정부는 제설차량 구입 때 국고를 지원하고 자치단체들이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공무원들의 안이한 태도는 더 한심했다.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태풍은 건교부 소관이지만 눈은 재해대책본부 소관”이라고 했다 한다.일부 자치단체의 재해대책본부도 텅비어 있었고,주민들의 불편 호소에 “공무원들은 일요일엔 쉰다”고 답했다고 한다.이러고도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는 폭우나 홍수 등에는 신경을 많이 써 왔지만 눈으로 인한 재해에 대해선 다소 무신경한 편이었다.폭설이 상대적으로 적기때문이다.하지만 지구촌은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시달리고 있다.올연초에도 폭설과 폭우로 미국과 유럽에선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도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기상청은 올해 몇차례 더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피해 방지를 위해 정부,자치단체,시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01-01-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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