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화도피 외면하는 국회

[사설] 외화도피 외면하는 국회

입력 2000-12-21 00:00
수정 2000-12-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부가 외환자유화 보완 대책의 하나로 추진해온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이 국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원회는 19일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에 관한 법률’과 ‘범죄수익 은닉 규제·처벌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보류했다고 한다.국세청이 사상 초유의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외화도피 혐의자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불과 하루만에나온 일이어서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내년 외환자유화 조치에 맞춰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에관한 법률’ 등의 입법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외환 관련 기관이 불법 금융거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기구(FIU)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함으로써 자금세탁이나 불법 외화반출을 막아보자는 뜻에서였다.따라서 이 법안들이 제정될 경우 외환자유화에따른 외화도피를 방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그런데도 국회가 단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돌연 입법을 보류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외화도피 수법은 최근들어 빠른 속도로 지능화하는 추세다. 수출입가격 조작과 해외 투자수익 누락은 물론이고 고의부도,위장이혼,서류상의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한 외화도피까지 성행하고 있다.추가 외환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 수출입과 해외이주,해외여행을 가장한 외화도피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뻔한 일이다.이를 누구보다 잘아는 국회가 관련 법안 제정에 미온적인 것은 국부(國富) 유출이란범법행위를 눈감아주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국회가 불법 정치자금 조사에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국회는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행태를 그만두고 불법 외화유출과 범죄자금거래를 종합 감시하는 전담기구 설립과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에 하루빨리 나서기 바란다.

2000-12-21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