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제돈 쓰며 하는 시민운동

[오늘의 눈] 제돈 쓰며 하는 시민운동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12-09 00:00
수정 2000-12-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시민운동하는 사람이 재정부담까지 져야 하는 이 현실이 빨리 고쳐지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어려운 부탁을 드립니다.” 성공회대 NGO학과 김동춘(42)교수가 최근 ‘뜻이 통하는’ 지인 몇사람에게 호소조로 보낸 이메일 내용 가운데 일부다.사연인즉 김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한 시민단체 간사의 활동비 마련에 ‘작은성의’를 보태달라는 것이다.점잖은 말로 해서 ‘호소’지 따지고 보면 ‘반(半)구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평소 진보성향의 사회학자로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에서 정책자문을 해오는 김교수는 지난 9월초 감투(?)하나를 더 맡았다.‘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라는 긴 이름의 단체 사무처장 자리다.단체명에서자연스레 설명되듯이 이 단체는 한국전쟁 전후 한국군·미군·경찰등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피해자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등을위해 유족과 학자·시민운동가들이 모여 결성했다.

이 단체에는 김교수 이외에도 베트남진실위원회의 공동대표인 동국대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가 상임대표를,제주 4·3연구소장인 배재대일본학과 강창일 교수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세 사람 모두 당사자나 유족은 아니니 개인적으로는 민간인 학살 문제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다만 동족의 ‘아픈 과거’를 외면하지 못하는 학자적 양심 때문에 참여한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단체결성 과정에서 수차례 모임·토론 행사 등을 준비하면서 항상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했다.항간에는 아직도 이같은 활동 자체를 불온시하는 시선이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단체에성큼 성금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현재 사무실도 없어 개인사무실 한 귀퉁이를 빌려 쓰는 실정이다.

사무처장으로서 김교수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일은 자신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 한 사람에게 열달째 단체의 간사 일을 시켰는데도 그 대가로 땡전 한푼 쥐어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김교수는 메일 끄트머리에서 주변의 ‘뜻 있는’ 분들을 회원으로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잊지 않았다.

이 시대에 시민운동이 진정 필요하다고 믿고 그 뜻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범국민위’의 회원 계좌(신한은행 644-12-093109·예금주 김동춘)에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도 좋지 않을까.



[정 운 현 문화팀 차장]jwh59@
2000-12-09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