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 詩帖 첫 공개

400년전 詩帖 첫 공개

입력 2000-11-22 00:00
수정 2000-11-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600년대 초기를 대표하는 문인·학자들의 미공개 시 40여편을 담은시첩 ‘조천증행록(朝天贈行錄)’이 400년 만에 공개됐다.

시첩에는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한음 이덕형(李德馨)을 비롯해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어우야담’의 유몽인(柳夢寅,조선 중기의 대문장가인 상촌 신흠(申欽) 등의 작품이 들어 있다.당시 한석봉(韓石峯)과 더불어 글씨에서 쌍벽을 이룬 남창 김현성(金玄成)의친필 시도 실었다.

수록한 작품은 대부분 지은이의 개인문집이나 다른 서책에 포함되지않은 작품인데다 친필로 쓴 것이어서 국문학·서예사 연구에 대단히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서지학자인 이종학(李鍾學)전 독도박물관장이 21일 본지에 단독 공개한 ‘조천증행록’은 조선 중기의 문신 윤경립(尹敬立)이 1604년 명나라 사신으로 떠나기에 앞서 문우·가족 등이 써준 전별시 40여편을 모아 만든 시첩(詩帖).건곤(乾坤,상하) 2권으로 구성했는데 한지에작품을 한편씩 붙였으며 전체 상태가 훼손됨이 없이 매우 양호하다.

발문에 따르면 윤경립의 부친 윤선각(尹先覺)이 제목을 정해 서책으로 꾸민 것을 5세손 필양(弼襄)이 다시 2권으로 나눠 장정했다.

이 전 관장은 “30여년 전에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뒤 책의 진위와 내용을 연구하느라 그동안 공개하지 않다가 검증을 마쳤다고 여겨 이번에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천증행록’에 수록된 작품을 일부 감정한 최웅(崔雄)강원대 국문학과 교수는 “신흠의 시는 그의 문집인 ‘상촌집’에 실린 7언율시532편 중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면서 “한 시대를 주름잡은 문인들의 미공개 작품이 이처럼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국문학사에서 대단히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조천증행록’은 민족문화추진회가 발행한 ‘한국문집 총간’에도빠지는 등 학계에 전혀 보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그실체를 선보였다.

정운현기자 jwh59@
2000-11-2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