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적 신화성의 서시적 무대화

리뷰/ 한국적 신화성의 서시적 무대화

김태원 기자 기자
입력 2000-11-18 00:00
수정 200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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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직업예술단체의 활동은 두가지 사항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나름대로의 예술성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과의 교감 내지 친화성이다.전자만 살고 후자가 죽을 때는 예술은 없고 고립과 아집에 빠져들며,그 반대일 경우에는 값싼 대중성의 면모만 부각하게 된다.그런 점에서 봤을 때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출발한 서울시무용단(단장임학선)의 첫 창작공연 ‘밝(아래 아) 산 ’(세종문화회관, 10∼11일)은이 춤단체를 둘러싼 그간의 부정적 우려를 씻고, 의욕적인 공연으로 그 두 요소간의 인상적인 접합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번 공연이 다룬 소재,즉 우리 민족역사의 형성을 단군 이전으로 보면서 거기에 어려있는 신화-이른바 우리 삶의 잊혀진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밝은 산'과 씨름왕으로 알려진 치우천황과 관련되는-를 춤으로 형상화하는 문제는 결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연은 관객에게 낯선 그 소재를 무대 양옆의 스크린을 이용해 요령있게 문자로 설명해가면서,압축된 7가지 장면으로 처리해줬다.깊고 높은 어둠 속에서 삼신(三神)이 등장하는 신비스런 장면에서부터 치우천황과 그의 적 황제헌원과의 폭력적인 갈등,그것을 아파하는비애의 춤,그런 모든 것을 종식시키려는 생명의 축제 등이다.

이중 안무자 임학선의 정갈하고 감각적인 예술성을 봤던 부분은 두번째 장면인 치우의 탄생과 관련된 별들의 춤(군무)과 여섯번째 장면인붉은 부적의 춤이었다. 별들의 춤은 여성 춤꾼들이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신체(특히 상체)선을 보여주면서 시적이고도 정리된 대열무를보여줬고,붉은 부적의 춤은 화사한 붉은 톤의 의상(진영진 디자인)과소도구인 부채가 특이한 방식으로 어울려 들었다.

반대로 첫날 공연에서 아쉬웠던 것은 치우와 헌원과의 남성적 투쟁무와 장해숙이 춘 비애무 솔로였다.이 부분에서는 보다 극적이며 서정적일 수 있는 춤의 특성 부각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크게 봐서 공연 ‘밝(아래 아) 산’은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됨의 근원성을 춤으로 가치있게 물으면서,안무·소재(박의진 대본)·무대간의 조화된 춤의 종합성을 지향해간 성공적 공연이라 할 수 있다.춤의주제가 민족문화의 뿌리를 조명하고, 공연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과 더불어 좀 더 진지할수 있는 남북문화 교류용 무대물의 하나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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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원 무용평론가 동아대 교수
2000-11-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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