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金·官유착 금감원 해부/ (중)악어와 악어새

新 金·官유착 금감원 해부/ (중)악어와 악어새

박현갑 기자 기자
입력 2000-10-31 00:00
수정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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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외국계 증권사의 신임 준법감시인이 금융감독원에 신고차인사갔다가 황당한 주문을 받았다.“임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여부에대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직원들의 결격사유 해당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직원들의 경우 언제 임원이 될지도 모르는데 무슨 결격사유 관련 자료를 달라는지 따지고 싶었으나 권세 높은 금감원 지시라 직원들의 결격사유 해당여부에 대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한다.

일선 금융기관에서 느끼는 금융감독원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금감원 근무경력은 금융기관 재취업에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한다.금감원 출범 이후 퇴직 임직원 가운데 금융기관의 사장·감사 등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는 금융감독의 강도를 낮추려는 일선 금융기관의 필요에 의한 경우도 있으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경우도적지않다.금감원의 횡포인 셈이다.

감독원 입장에서도 ‘주요 고객’들에게는 편의를 봐준다.국장들 방에는모기업 사장이나 전무·감사 등 임원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업무 협조요청 전화가 대부분이다.지난 9월 대우의 부실회계 처리와 관련된 금감원의 발표에 앞서 해당 회계법인에서 발표내용을 사전에 입수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일선 금융기관들은 이같은 편의제공에 감사표시를 하는 게 관례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과장급만 하더라도 매일 들어오는 선물더미를 처리하지 못해 고민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착관계가 금이 가면 무섭게 변하는 곳도 금감원을둘러싼 생리다.각종 투서·제보 등이 금감원 검사의 주요단서가 되고있는 것은 그만큼 금감원과 일선 금융기관간의 유착관계 골이 깊다는것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감원 보수는 공무원의 2∼3배 금감원 위상은 높은 보수에서도 알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 보수보다 2∼3배가 많다.

이처럼 높은 보수는 공무원들에게 적지않은 좌절감을 주기도 한다.

이헌재(李憲宰)전 재경부장관이 금감위원장 시절 모 여직원을 데리고왔었는데, 경력 4∼5년인 이 여직원의 월급이 20년 경력의 금감위 과장보다 많았다고 한다.이 과장이 분통을 터뜨렸음은 물론이다.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고불법대출 사건에서 드러나듯 각종금융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금감원의 도덕성이 무너졌음을 드러낸다.

박현갑기자 eagleduo@
2000-10-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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