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현대건설 자구안 벌써 ‘삐걱’

[오늘의 눈] 현대건설 자구안 벌써 ‘삐걱’

안미현 기자 기자
입력 2000-10-20 00:00
수정 200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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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참 고약스런 풍경이 벌어졌다.현대건설의 자구계획안을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장이 발표한 것은 십분 양보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이것저것 따지고 감독해야할 채권은행장이 오히려 기업의 자구계획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모양새가 주객이 전도된 낯선 풍경이긴 했다.하지만 김경림(金璟林)행장 말대로 “시장상황이 워낙 다급했으니” 그랬을 수도 있다.

외환은행장의 발표사실이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먼저 ‘기정사실화’돼 흘러나온 것은 이날 아침무렵.역대 금감위원장들의 가벼운 ‘입’을 떠올릴때 이도 역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이날 아침 청와대에서는 긴급 경제장관회의가 소집됐다.전날 현대그룹주가 무더기로 하한가를 찍자,가뜩이나 허약한 증시가 풀썩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경제장관들이 머리를 맞댄 증시안정대책회의에 시중은행장이 참석한 것도 참 이례적인 풍경이지만 폭락증시의 핵심에 현대건설이 버티고 있으니 이도 이해하고 넘어가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 해서 나온 현대건설의자구안이다.외화차입과 CB(전환사채) 발행 외에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다.유가증권 매각과 해외미수채권 회수는 재탕 삼탕 울궈먹은 카드다.

게다가 지분을 팔겠다는 계획은 거창한데 매수자가 불분명하다.현대 계열사 및 관계사라고 채권단은 밝혔지만 유력한 매수대상으로 지목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다음날 즉각 현대건설 CB 인수계획이없다고 무질렀다.외화차입도 통상 몇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이쯤 되면 “협상중이어서 인수대상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는 외환은행장의설명이 미심쩍어진다.

이번 수정자구안은 증시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다급함과 출자전환압력을 피하려는 채권단과 현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급조해낸것이라는 일각의 냉소가 틀리길 바랄 따름이다.

현대건설 자구안을 채권단이 높게 평가하고 이어 금감위가 긍정적이라고 추켜세우기를 벌써 네번째.김행장의 말대로 이번이 마지막 발표가 돼서 지금까지의 어그러진 모양새를 바로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미현 경제팀 기자 hyun@
2000-10-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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