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포럼 참가 세계석학 공동기자회견

지식포럼 참가 세계석학 공동기자회견

입력 2000-10-19 00:00
수정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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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문화·미래학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 지식포럼이 18일 서울 반포의 메리어트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렸다.주요 참가자들의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레스터 서로우 美 MIT大 교수.

레스터 서로우 미국 MIT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는 거시지표는 좋지만 개별기업은 막대한 부채를 갖고 있는 이중인격자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이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적기때문에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로우 교수는 지난 80년 발표한 저서 ‘제로섬사회’로 국내에도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그는 ‘제로섬 사회’에서 미국을 ‘더 이상 번영을 기대할수 없는제로섬사회’로 규정,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서로우 교수는 이날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파괴적 창조’라는 새로운 용어를 소개했다.제3의 산업혁명의 물결속에서 기업가는 새로운 기술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언제든 기업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은서로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지식기반 경제의 정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가진 사람이부자였다면,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소유자가 갑부가 되는 시대를말한다.이 조류를 타지 못하면 가난해진다.3차혁명으로 볼 수 있는데,이런 혁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쳐 또 한차례의 어려움이 예측된다고했는데. 한국경제는 외부에서 볼 때 성장률,실업률 등 거시지표는 좋다.반면 개별 기업의 부채는 어마어마하다.이중인격자에 비유할수 있다.이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적다.한국은 빨리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미국도 GE같은 기업은 재벌로 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부채에 허덕이다 돈을 다 써버리지 않았다.한국은 모든 재벌이 그럴 가능성은 있었지만,GE처럼 관리되지 못했다.

◆기업·금융구조조정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해야하나. 두 가지를한꺼번에 해야 한다.서로 긴밀히 연결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순서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를 말하는것과 같다.

◆남북경협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우선 한국은 북한의 인프라에투자를 해야 한다.방법은 지금처럼 남쪽에서 북쪽으로 경의선을 복원해서 올라가는 식이 아니라 북한쪽에 근대적인 통신시설을 설치해 내려오는 식이 바람직하다.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등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통일과 관련해서는 독일은 구 동·서독이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돼 많은 통일비용이 들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성수기자 sskim@.

*데이비드 벨 英 FT 회장.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데이비드 벨 회장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신문과 인터넷의 역할은 분명히 다른 만큼 신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 회장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수학한 뒤줄곧 기자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 경영자다.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낸뒤 93년 FT그룹 최고경영자가 됐고,96년 모회사인 피어슨그룹의 이사로 임명되면서 FT그룹회장으로 취임했다.더 비텍그룹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더윈드밀 파트너십,커먼 퍼포즈 유럽,인터내셔널 유스파운데이션 등 세계 경제 및 사회 분야의 여론 선도기관 활동을 이끌고 있다.다음은 일문일답.

◆파이낸셜 타임스의 성공 비결은. FT는 지난해 발행 부수가 17% 늘었다.정확하고 공평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사건의 양면을 모두 보도해주려고 애쓴다.

중동사태의 경우 팔레스타인의 시각뿐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의 다른의견까지 전부 기사에 반영했다.사건을 보도할 때는 ‘무엇이,왜,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 가지를 가장 중시한다.특히 국가적 시각이 아닌 국제적 시각으로 기사를 다룬다.때문에 하루 발행 부수가 50만부인데 그중 30만부가 영국 밖에서 팔린다.

◆지식 기반시대에 미디어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지식혁명과 더불어 미디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FT를 사본다.특히 해설자로서의 미디어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미디어는 폭풍을 만난 선박에 불빛을 비쳐주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넷시대에 신문산업의 대응 전략은.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빠른 속도로 제공하고 있다.놀라운 변화이다.

하지만 신문은 정보를 선별해 독자가 모르는 것을 전달해준다.이처럼 신문의 보완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위협적이지 않다.인터넷과 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신문산업이 앞으로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TV가 생기면서 라디오도,신문도,영화도 죽을 것이라고,또비디오는 모든 것을 죽일 것이라고 얘기했다.그러나 지금 더 많은 영화관이 생겼고,라디오도 TV도 신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2000년이 되면 3개밖에 안 남으리라던 영국의 신문도 현재 11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인터넷시대에도 신문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김성수기자.

*폴 로머 美 스탠퍼드大 교수.

‘신경제의 기수’로 널리 알려진 폴 로머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위기는 실제 위기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개혁의 추진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미국이 성공한 요인으로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우선 꼽는다.또 조직 내 웨트웨어들이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한 것과 지적자산을 특허로 보호했던 것이 미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로머 교수는 10년 이상 장기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 신경제의 이론적인 틀을 제공한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그는 80년대 중반 기술 혁신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을주창했다.경제와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와 함께 웨트웨어(wetware)로 구분하고,지식을 창조하는 주체인 웨트웨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머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요약한다.

◆최근 한국의 또다른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한국의 위기감은 몇년 전 경제위기와는 다른 것이다.실제 위기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이나 개혁의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발생한다.때문에 정책 입안자는 구조조정 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하고 시장 개방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신경제란 정확히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고성장,저물가,저실업등을 얘기하지만 정확한 정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저마다 다르다.다만 기술 혁신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등은 신경제로 볼 수 있다.

◆신경제 진입에 따라 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한가. 신경제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과거부터 이어온 것이다.지식 기반 경제라고해서 정책의 연속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20세기 미국의 경제정책은 교육 투자와 시장경제원칙을 뿌리깊게 정착시킨 두 가지였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과 대책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교육 투자를 소홀히 하면 10∼20년 뒤 경제 성장이 늦춰진다.미국은 지금까지 재능 있는 인재들이미국에 와서 일하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 운이 좋았다.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대만 등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벌써부터 자국에서일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더 이상 브레인 파워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김성수기자
2000-10-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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