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짜리 큰 그림의 경우 물방울을 3,000개까지 그려넣은 적도 있습니다.농부가 밭을 갈듯이,스님이 염불을 외듯이,어린애가 물장난 하듯이 그냥 습관처럼 무심히 그리는 것이죠.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참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방울화가 김창열(71)이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에서 개인전을연다. 1,000호 안팎의 대작 40여점을 내놓는다.
김씨가 물방울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그 이전에는주로 앵포르멜 경향의 그림을 그렸다.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로서 전쟁의 상흔을 격정적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많이 남겼다.그러나 그의작품세계는 외국에 머물면서 크게 바뀌었다.1965년 고국을 떠난 김씨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거쳐 69년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의 물방울 그림은 끝없는 실험정신의 소산이다.그는 파리에 머물며 신문지에 처음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했다.사람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스프레이로 모양을냈다.80년대에 들어 물방울의 구조를 강조하다보니 전통적인 유화법을 쓰게 됐고,88년부터는 천자문을 화폭에 도입해 다시 한번 변화를꾀했다.“천자문은 나의 유년기 향수를 자극하는 최상의 울림”이라는 게 작가의 말.그는 또한 “영자는 인간이 만든 글자요 한자는 신이 만든 글자”라는 어느 프랑스 학자의 말을 지금도 진리로 믿고 있다.
김씨의 물방울그림은 과연 세계적 보편성을 얻고 있는 것일까.작가는 “즉물적인 성향이 강한 서구사람들이 물방울에 애착을 갖기는 생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외국전시 때의 일화 한토막.“누보 레알리슴 작가 아르망은 사회적인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부수고깨고 하는데 당신은 왜 정적인 물방울이냐”라는 한 관객의 질문에그는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물방울에 녹여 없앤다”고 일축했다.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파리 엘리제궁 만찬장에는 퐁피두 센터에 소장된 1,000호 크기의 그의 작품이내걸려 양국우호증진에 큰 몫을 하기도 했다.
“모든 새들은 한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것 같다” 김씨는 그런우직한 믿음으로 지난 30년간 물방울그림에만 몰두해왔다.그동안 그린 물방울그림은 2,000여점.그러나 심부전증 증세가 있는 그는 이제더이상 1,000호 작품은 그리지 못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대작 중심으로 꾸며지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영국의 풍경화가 터너가 죽기전에 그랬듯이 점만으로 된 작품을 몇 점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김종면기자 jmkim@
김씨가 물방울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그 이전에는주로 앵포르멜 경향의 그림을 그렸다.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로서 전쟁의 상흔을 격정적으로 표현한 그림들을 많이 남겼다.그러나 그의작품세계는 외국에 머물면서 크게 바뀌었다.1965년 고국을 떠난 김씨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거쳐 69년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의 물방울 그림은 끝없는 실험정신의 소산이다.그는 파리에 머물며 신문지에 처음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했다.사람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스프레이로 모양을냈다.80년대에 들어 물방울의 구조를 강조하다보니 전통적인 유화법을 쓰게 됐고,88년부터는 천자문을 화폭에 도입해 다시 한번 변화를꾀했다.“천자문은 나의 유년기 향수를 자극하는 최상의 울림”이라는 게 작가의 말.그는 또한 “영자는 인간이 만든 글자요 한자는 신이 만든 글자”라는 어느 프랑스 학자의 말을 지금도 진리로 믿고 있다.
김씨의 물방울그림은 과연 세계적 보편성을 얻고 있는 것일까.작가는 “즉물적인 성향이 강한 서구사람들이 물방울에 애착을 갖기는 생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외국전시 때의 일화 한토막.“누보 레알리슴 작가 아르망은 사회적인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부수고깨고 하는데 당신은 왜 정적인 물방울이냐”라는 한 관객의 질문에그는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물방울에 녹여 없앤다”고 일축했다.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파리 엘리제궁 만찬장에는 퐁피두 센터에 소장된 1,000호 크기의 그의 작품이내걸려 양국우호증진에 큰 몫을 하기도 했다.
“모든 새들은 한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것 같다” 김씨는 그런우직한 믿음으로 지난 30년간 물방울그림에만 몰두해왔다.그동안 그린 물방울그림은 2,000여점.그러나 심부전증 증세가 있는 그는 이제더이상 1,000호 작품은 그리지 못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대작 중심으로 꾸며지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다.“영국의 풍경화가 터너가 죽기전에 그랬듯이 점만으로 된 작품을 몇 점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김종면기자 jmkim@
2000-10-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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