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독일통일 10주년을 바라보며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독일통일 10주년을 바라보며

박재규 기자 기자
입력 2000-10-11 00:00
수정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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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3일 나는 분단국가의 한 학자로서 조국의 현실을 생각하며 독일통일의 선포식을 경외와 부러움,그리고 자괴감 속에서 지켜보았다.공교롭게도 그날은 우리 민족의 하늘이 열린 날이었다.그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지금 통일부 장관이 된 나에게 독일통일10주년은 변화된 현실의 무게 만큼이나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은 피안의 세계로만 남아있던 통일이라는 과제를 우리 앞에 성큼 끌어다 놓은 역사적 대사건이었다.과거냉전구조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이산가족이 만나고,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여러 갈래의 회담이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공사가시작되고,관광단이 오가고… 바야흐로 평화와 화해·협력 시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실감하고 있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통일’의 함의에 부쳐 정작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막연한 기대와 낙관이 아니라 치밀한 통찰력이다.

토인비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독일은 실업문제,엄청난 통일비용,사회심리적 갈등 등 통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남겼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부정적인 면이 독일 국민이 달성한 위대한 업적을 덮을 수는 없다.

지금 독일국민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전의 냉전적 대결에 의한 적대적 갈등이 아닌,한 민족으로서 하나의 공동체에서 보다 평등하고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분단의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전쟁의 위험,사회경제적 불안,이산가족문제 등 그에 수반되는 정신적·물질적 희생과 비용은 통합에 따르는부담보다 훨씬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독일 국민이 민족의 진정한 통합을 향해 걸어온 발자취에서 얻을 수있는 가장 소중한 교훈은 남과 북이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공존을 실현하고,차분히 통일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아울러 우리 민족에게 통일은환상이 아닌 현실이며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고 거기에는 많은 고통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민족사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제 좀 더 크고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너무 서둘러서는 안되며 조급해 할 이유도없다.역사는 과거를 냉정히 성찰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준비하는자의 편에 항상 서게 되는 것이다.

사색의 계절,푸른 조국의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민족의 현실과 앞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것을 권해본다.

朴在圭 통일부장관
2000-10-11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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