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열차를 타고 30분만 달리면 내 고향 금천이야.철마가 다시 달리면 맨먼저 잡아 타려고 문산에서만 살았어.” 18일 역사적인 경의선 복원 기공식이 열린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는 수많은 실향민들이 몰렸다.이들중에서도 백발이 성성한 세노인은 전시된 증기기관차에 오르면서 기차를 처음 타는 아이처럼 유독 더 기뻐했다.
지난 51년 1·4후퇴때 꽁꽁 언 임진강을 혈혈단신 건너온 이호철(李豪哲·82·문산읍 문산4리)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필남(李弼南·88)·김기화(金基華·67)씨와 함께 녹슨 철길을 만지고 또 만졌다.
“문산 다음이 장단이야.그 다음이 봉동이고 봉동 다음은 개성,토성,계정,내 고향 금천,한포,평상…해주…신의주까지 올라가지.” 임진강 너머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반세기 동안 문산을 떠나지 않은이들은 경의선 역 이름을 줄줄이 외웠다.호철씨와 필남씨는 금천 출신으로 금천 백마보통학교 선후배 사이.이웃에 살았던 두 사람은 고향에 남겨둔 처자식을 잊지 못해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문산에 정착했다.
장단역에서 조금떨어진 경기도 개풍이 고향인 기화씨는 이웃에 사는 호철씨와 필남씨를 친형처럼 따르며 고향생각이 날 때면 함께 임진각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기화씨는 “50년 동안 500번 이상 임진각을 찾았지만 매번 가슴이아팠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며 활짝 웃었다.
“호철이,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게 생각나는가.” “나다마다요,해주 친척집에 갈 때도 경의선만 탔지요.”“형님들,저는 경의선 타고 개성중학교까지 통학한사람입니다.옆자리에 여학생이 앉았을 때면 장단과 개성이 왜 그리가깝게 느껴지던지….” 호철씨와 필남씨가 경의선의 추억을 꺼내자 기화씨도 이에 질세라기억의 조각들을 쏟아놓았다.
남쪽에 내려와 다시 가정을 꾸린 호철씨와 필남씨는 양쪽의 처자식들에게 미안해 아직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두 노인은 “끊겼던 철길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북쪽의 아내와 자식생각이 더 간절하다”면서 “조만간 상봉신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열차는 사람의 마음까지 실어 나르는 이상한 힘이 있어.이 놈이늙은 우리들의 한을 싣고 북으로 달리다 보면 곧 통일도 되겠지.” 자유의 다리 너머 길게 뻗은 철길을 바라보던 세 노인은 못내 아쉬운 듯 머뭇거리다 기관차에서 내렸다.
임진각 이창구기자 window2@
지난 51년 1·4후퇴때 꽁꽁 언 임진강을 혈혈단신 건너온 이호철(李豪哲·82·문산읍 문산4리)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필남(李弼南·88)·김기화(金基華·67)씨와 함께 녹슨 철길을 만지고 또 만졌다.
“문산 다음이 장단이야.그 다음이 봉동이고 봉동 다음은 개성,토성,계정,내 고향 금천,한포,평상…해주…신의주까지 올라가지.” 임진강 너머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반세기 동안 문산을 떠나지 않은이들은 경의선 역 이름을 줄줄이 외웠다.호철씨와 필남씨는 금천 출신으로 금천 백마보통학교 선후배 사이.이웃에 살았던 두 사람은 고향에 남겨둔 처자식을 잊지 못해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문산에 정착했다.
장단역에서 조금떨어진 경기도 개풍이 고향인 기화씨는 이웃에 사는 호철씨와 필남씨를 친형처럼 따르며 고향생각이 날 때면 함께 임진각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기화씨는 “50년 동안 500번 이상 임진각을 찾았지만 매번 가슴이아팠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며 활짝 웃었다.
“호철이,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게 생각나는가.” “나다마다요,해주 친척집에 갈 때도 경의선만 탔지요.”“형님들,저는 경의선 타고 개성중학교까지 통학한사람입니다.옆자리에 여학생이 앉았을 때면 장단과 개성이 왜 그리가깝게 느껴지던지….” 호철씨와 필남씨가 경의선의 추억을 꺼내자 기화씨도 이에 질세라기억의 조각들을 쏟아놓았다.
남쪽에 내려와 다시 가정을 꾸린 호철씨와 필남씨는 양쪽의 처자식들에게 미안해 아직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두 노인은 “끊겼던 철길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북쪽의 아내와 자식생각이 더 간절하다”면서 “조만간 상봉신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열차는 사람의 마음까지 실어 나르는 이상한 힘이 있어.이 놈이늙은 우리들의 한을 싣고 북으로 달리다 보면 곧 통일도 되겠지.” 자유의 다리 너머 길게 뻗은 철길을 바라보던 세 노인은 못내 아쉬운 듯 머뭇거리다 기관차에서 내렸다.
임진각 이창구기자 window2@
2000-09-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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