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위기불감증의 위기

[대한시론] 위기불감증의 위기

한상범 기자 기자
입력 2000-09-07 00:00
수정 200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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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 와 있나.나로서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것은 한국의 지배층 부류가 진실 앞에서 허위를 우겨대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게된지 오래라는 서글픈 사실이다.여기서 무슨 윤리 훈화를 할 처지가아니지만,윤리감각의 마비나 부재현상이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빨간 불’이 아닌가 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아무리 봐도 이대로 가다가는 겨레로서나 개인으로서나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없다는 두려운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다.구기득권층은 아직도 정권교체의 현실과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 승복하길 거부하는 심사이다.그래서 모든 힘을 현정권에 몰아붙여 정권 향배를 가리기까지할 투쟁에 모으고 있는 인상이다. 그냥 정치투쟁이나 정치갈등의 양상이 아니다.정상적 상황에서라면 선거가 끝나서 승패가 가려지면 그임기중 국가운영에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여야가 각기 제몫을 담당하여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공조공생의 동반자가 된다.그런데 우리사정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우리의 제 모습,이른바 자화상을 돌아보자.97년 외환위기의파국을 간신히 벗어났다고 하지만,아직도 마음놓을 정도는 아니다.무엇보다 정경유착의 모순구조로 파국을 자초한 장본인들이 한번도 진심으로 사죄하는 자세로 위기극복에 협력하는 것을 못봤다. 오히려그런 책임의 일부를 질 자들이 경제발전의 주역이고 공로자라고 하며국민경제를 볼모로 해 족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하고 있다.이에 대해 정치권 일부는 그에 편승하고 그렇지 않은입장에 선 정치인도 그동안 그들의 돈을 받아 정치를 했기 때문에 떳떳하게 개혁을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결국 정경유착의 모순구조로말미암은 부담을 고스란히 근로자와 소비자 및 착하게 세금낸 국민에게 들씌우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그래도 속수무책이고 그래서 개혁에 앞장설 대중이 개혁에 반발하고 개혁드라이브는 헛바퀴가 돌아가,개혁반대부류를 기쁘게 해주고 있다.그들은 독재정권 시절에 더욱미련을 두고 있다.

독재가 압살한 민주제도 중에는 지방자치가 있다.이 자치를 투쟁끝에 어렵게 회복을 시켜 놓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30여년의 군사독재는 지방의 호족층 지배를 뿌리내리게 했고 자치의 주역이 될 시민층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켜 놓았다.그래서 지방자치도 헛바퀴를 돌고 있다.중앙정부의 토목건설업이 판치는 분위기가 더 노골적으로 추하게드러나고 있다.러브호텔을 마구 허가해 주고 환경파괴에 무신경한 추태를 보라.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고 ‘세계화’와 ‘정보화’를 말해온지 오래된다.그런데 그에 따른 엄청난 현실을 기득권에 집착하는부류가 알기나 하는지.몇몇 재벌과 기득권층의 ‘우물안 개구리’식의 이권노름으로 날을 보내면서 우리는 생존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일을 봐도 그렇다.남북정상이 참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 이산가족 만남으로 부터 군사적 긴장의 해소나 경제 정치교류의 실마리를 조심스럽게 풀어가려고 할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그것 자체가 못마땅해서 발목을 걸고 나서질 않나,용공이란 인상을 심어주는 의혹의 분위기를 덧씌우지 않나,진행되는 일에 순서없이 시비를 걸지 않나,참으로 걱정할 정도이다.도와줘도 어려운 일에 왜 이럴까.정권잡는 것이 아무리 성급해도 정해진 절차와방법이 있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지금의 정치제도를 준수한다고 하면 법을 뛰어넘는 비약이나 변칙은통할 수 없고 국민이 위임한 바를 존중하는 마음가짐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있어 어느 누구도 합헌정부를 무시할 수 없다. 남북관계가 전쟁이나 무력적 제압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어 있듯이 정권문제도 법률의 테두리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알고도 남음이있을 것이다.성급한 욕심으로 독을 깨는 일이 정치란 이름으로 자행되어 국민이 위임한 국정을 태만히 하는 것은 더욱 안된다.우리의 위기는 지배층이 본래의 임무를 태만하거나 포기하는 데서 똑똑히 감지되는 것이 아닌가.이 점을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적하고자 한다. [한상범 동국대교수·법학]
2000-09-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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