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립교향악단 공연을 보고

조선국립교향악단 공연을 보고

한상우 기자 기자
입력 2000-08-21 00:00
수정 200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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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갈라진 지 55년 만에 북한의 교향악단을 만난 것은 특별한감회였다.

북한의 교향악단은 전통적인 서양 고전음악보다는 북한 인민들을 위한 독특한 작품들을 주로 연주해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서 특히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서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의 4악장,그리고 남성저음(베이스)독창에서 보여준 고전 레퍼토리의 연주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20일 밤 KBS홀에서 가진 첫날 공연은 김병화가 지휘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관현악곡 ‘아리랑’으로 시작되었다.아리랑은 남북한이 모두 즐겨부르는 우리의 대표적인 민요로 이를 관현악으로 만든 것인데 단소,젓대(개량 대금),장새납 등 전통악기를 포함시켜 독특한 한국적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협연을 맡은 여성고음 리향숙과 남성저음 허광수,그리고 바이올린 연주자 정현희는 상당한 수준의 연주를 들려주었고 특히 허광수가 부른 세비야의 이발사 중 아리아는 세련된 매너와 볼륨있는 베이스의 강렬한 울림이 청중들을 감동시켰다.우리의 관심이었던 이들의 발성은 정통적인 벨칸토창법을 쓰고 있었으며 이들 실력이라면 남한의 오페라공연에 주역을 맡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의 4악장을 비롯한 관현악작품들의 연주수준은 높은 편이었고 전통악기의 사용도 나름대로의 공감력이 있어북한의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들의 관현악연주에서 느꼈던 찬란하고힘이 있는 금관악기의 효과적인 사용이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연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는데 마지막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는 우리의 민요 ‘풍년가’를 주제로 한 것으로 관악기군과 타악기가 어울려 청중을 흥분시켜 주었다.전체적인 레퍼토리가 남한과는 차이가 있으나 이들이 연주하는 동안 북한교향악단이라는 생각은 별로들지 않았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내한공연은 음악예술이야말로 국경이나 체제,혹은 어떤 장벽도 허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하게 했다.

오케스트라는 물론 예술 전반에 걸쳐적극적인 교류가 이루어져 남북화합과 통일의 길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韓 相 宇 음악평론가
2000-08-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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