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대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끈 징검다리는 언론매체다.신문과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소개된 격정의 순간들은 온겨레를 울렸고 안타깝게 만들었다.북한 언론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이념적 편향없이 있는 그대로,그리고 빠르고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지난 85년 첫 이산가족 상봉 때 동정(動靜) 수준의 보도로 일관했던냉담한 태도와는 정반대다.내용면에서도 부정적 평가를 자제하며 이산의 아픔과 통일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추었다.화해와 협력 분위기를반영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신속한 보도는 기존의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번 남한 언론사 사장들과의 면담에서 북한 언론은 신속성보다 정확한 보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북측 방문단이 서울에 도착한 사실을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속보로 내보냈다.
남측 방문단의 평양 도착도 마찬가지로 처리했다.조선중앙TV도 저녁뉴스에 이산가족 방문단의 움직임을 그날그날 전하면서 상봉 가족들의 대화까지 그대로 내보내는 파격성을 보였다. 종전까지 남한 관련 기사는 대체로 현장음 없이 방송화면과 아나운서의 육성만으로 처리했다.기사 행간에는 ‘오늘의 상봉이 너무도 기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오랜 세월 쌓이고 쌓였던 망향의 설움을 속시원히’ 등의 감성적 표현도 곁들였다.
북한 언론의 역할은 남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모든 언론기관은 국가소유이고 노동당의 철저한 지도와 통제 속에 운영된다.북한 신문학 이론서의 하나인 ‘신문리론’은 ‘북한 신문은 구체적으로 선전선동적 기능,조직자적 기능,문화교양자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다 보니 남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남한에 대한 보도는비판·비난 일색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후 자극적인 용어는 사라졌다.‘괴뢰 통치배’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남조선 괴뢰 국방부’는 ‘남조선 국방부’로 바뀌었다.김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으로 호칭했다.대남 비방 기사도 사라졌다.관영 중앙통신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남북정상회담 코너를 신설했다.
급물살을 타는 남북한의 화해와 교류 움직임에 비추어 보면 북한 언론의 변화는 당연하다.속셈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북한은 곧잘 조지 오웰의 독재체제 풍자소설 ‘1984년’에 비유되곤 했다.그러나 2000년의 북한은 바뀌고 있다. 북한 언론도 달라지고 있다.그것이 대세다. 지금은 이같은 화해의 기운을 더욱 알차게 가꾸어 나가야 할 때다.
김명서 논설위원 mouth@
지난 85년 첫 이산가족 상봉 때 동정(動靜) 수준의 보도로 일관했던냉담한 태도와는 정반대다.내용면에서도 부정적 평가를 자제하며 이산의 아픔과 통일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추었다.화해와 협력 분위기를반영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신속한 보도는 기존의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번 남한 언론사 사장들과의 면담에서 북한 언론은 신속성보다 정확한 보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북측 방문단이 서울에 도착한 사실을 채 2시간이 지나지 않아 속보로 내보냈다.
남측 방문단의 평양 도착도 마찬가지로 처리했다.조선중앙TV도 저녁뉴스에 이산가족 방문단의 움직임을 그날그날 전하면서 상봉 가족들의 대화까지 그대로 내보내는 파격성을 보였다. 종전까지 남한 관련 기사는 대체로 현장음 없이 방송화면과 아나운서의 육성만으로 처리했다.기사 행간에는 ‘오늘의 상봉이 너무도 기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오랜 세월 쌓이고 쌓였던 망향의 설움을 속시원히’ 등의 감성적 표현도 곁들였다.
북한 언론의 역할은 남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모든 언론기관은 국가소유이고 노동당의 철저한 지도와 통제 속에 운영된다.북한 신문학 이론서의 하나인 ‘신문리론’은 ‘북한 신문은 구체적으로 선전선동적 기능,조직자적 기능,문화교양자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다 보니 남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남한에 대한 보도는비판·비난 일색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이후 자극적인 용어는 사라졌다.‘괴뢰 통치배’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남조선 괴뢰 국방부’는 ‘남조선 국방부’로 바뀌었다.김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으로 호칭했다.대남 비방 기사도 사라졌다.관영 중앙통신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남북정상회담 코너를 신설했다.
급물살을 타는 남북한의 화해와 교류 움직임에 비추어 보면 북한 언론의 변화는 당연하다.속셈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북한은 곧잘 조지 오웰의 독재체제 풍자소설 ‘1984년’에 비유되곤 했다.그러나 2000년의 북한은 바뀌고 있다. 북한 언론도 달라지고 있다.그것이 대세다. 지금은 이같은 화해의 기운을 더욱 알차게 가꾸어 나가야 할 때다.
김명서 논설위원 mouth@
2000-08-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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