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에서나 탐구 없고 새로운 창조 없는 작업처럼 초라한 일은 없다.
하물며 일종 예술인 문학에서야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해방 직후 간행된적이 있는 조운시조집(曺雲時調集,작가,2000.7)의 재출판을 보면서,나는 문학적 탐구와 새로운 창조의 매운 힘을 다시 한 번 절감해야 했다.
나는 그 조운이라는 이가 내게 “형식은 속박이 아니라 자유”라고 말하고있다는 환청에 빠졌던 것이다.3장6구라는 것이 시조의 형식임을 모르는 이가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우리는 시조의 형식이라는 것을 정녕, 제대로는 알지 못하였던 것이니,3장6구라는 ‘속박’ 속에서 그가 누린 자유의 질과 양이 어떠했던가를 보여주는 ‘고매(古梅)’시조 한 수를 먼저 소개해 본다.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그에게 오면 3장6구는 매너리즘을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자유의 공간이 된다.참으로 훌륭한 공간이다.
그러나,이 조운이라는 존재와 그의 시조의 비범성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비밀에 부쳐졌으니,그 이유는 월북이라는 단순,명백한 사실에 있다.격동의 해방기에 그는 고향인 전남 영광을 떠나 북쪽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1949년의 일이다.
며칠 전,그의 고향에서 시비 제막식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태로 무산되어 다시 한 번 제막식을 가져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해방공간에서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각각의 집안이 좌우익으로 갈려 극한적으로 대립했던 영광의 ‘오래된 비극’이 이 시비 훼손 사건의 깊은 연원을 이루었다고 한다.
참으로,우리는 이 ‘오래된 비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있는 듯하다.그러나,기억은 하되 벗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그 ‘오래된 비극’이다.이념을 빌미로 훌륭한 문학에 맹목이 되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하물며 일종 예술인 문학에서야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해방 직후 간행된적이 있는 조운시조집(曺雲時調集,작가,2000.7)의 재출판을 보면서,나는 문학적 탐구와 새로운 창조의 매운 힘을 다시 한 번 절감해야 했다.
나는 그 조운이라는 이가 내게 “형식은 속박이 아니라 자유”라고 말하고있다는 환청에 빠졌던 것이다.3장6구라는 것이 시조의 형식임을 모르는 이가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우리는 시조의 형식이라는 것을 정녕, 제대로는 알지 못하였던 것이니,3장6구라는 ‘속박’ 속에서 그가 누린 자유의 질과 양이 어떠했던가를 보여주는 ‘고매(古梅)’시조 한 수를 먼저 소개해 본다.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그에게 오면 3장6구는 매너리즘을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자유의 공간이 된다.참으로 훌륭한 공간이다.
그러나,이 조운이라는 존재와 그의 시조의 비범성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비밀에 부쳐졌으니,그 이유는 월북이라는 단순,명백한 사실에 있다.격동의 해방기에 그는 고향인 전남 영광을 떠나 북쪽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1949년의 일이다.
며칠 전,그의 고향에서 시비 제막식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태로 무산되어 다시 한 번 제막식을 가져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해방공간에서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각각의 집안이 좌우익으로 갈려 극한적으로 대립했던 영광의 ‘오래된 비극’이 이 시비 훼손 사건의 깊은 연원을 이루었다고 한다.
참으로,우리는 이 ‘오래된 비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있는 듯하다.그러나,기억은 하되 벗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그 ‘오래된 비극’이다.이념을 빌미로 훌륭한 문학에 맹목이 되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2000-08-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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