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에 발목 잡힌 코스닥기업들

CB에 발목 잡힌 코스닥기업들

강선임 기자 기자
입력 2000-07-20 00:00
수정 200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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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해외 전환사채 (CB) 성공적으로 발행’ 올해 초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뉴스다.그러나 기업들의 유력한 자금조달원이었던 이 CB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발행사는 일반 사채와 달리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전환사채는 주가가 상승세일 때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주가하락기에는 기업들에게는 갚아야 할 부채로 남게 된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주가가 연초에 비해 반토막이 되면서 대부분의 발행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지 못한채 채권으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CB는 발행후 1년 뒤부터 인수자들이 상환요구를 할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상환요청이 일시에 몰릴 경우 발행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을 수도 있다.

예로 한글과 컴퓨터는 지난 3월30일 유로시장에서 해외공모CB 5,000만달러(약 555억원)어치를 발행,자금을 조달했다.당시 전환가격은 3만5,133원.7월1일부터 전환이 가능했지만 주가가 전환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쳐 주식전환이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19일 주가는 1만 3,900원을 기록했다.10월부터 전환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으나 최초 전환가의 47%인 1만6,500원까지 밖에 내려올 수 없다.주가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한컴CB를 인수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지는 내년 3월 연 8%의 이자를 받고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그러나 주가가 올라 전환가격을 옷돈다 하더라도 일시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수급문제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올해 공모CB를 발행한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태에 처해있다.코스닥 증권시장에 따르면 코스닥 등록기업중 올 상반기에 발행 결의를 한 CB물량은 총 8,093억원 어치에 달한다.사모CB를 제외한 순수 공모CB는 32개 기업이 7,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이 가운데 17개사가 발행한 3,462억원어치가 이미 전환이 가능해졌다.하지만 실제 전환된 것은 332억원에 불과하다.나머지 3,310억원어치의 부채를 17개사가 떠안고 있다.1사 평균 194억원이다.

증시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조달된 자금으로 타법인 출자나 사업확대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주가 향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악의 경우 기업존립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선임기자 sunnyk@
2000-07-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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