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길 답사 日 지리학도 한국처녀와 결혼

조선시대 길 답사 日 지리학도 한국처녀와 결혼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2000-07-15 00:00
수정 2000-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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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혼자서 옛길을 걸었지만 앞으로는 함께 ‘사랑의 길’을 걷겠습니다” 일본인 지리학도와 여행을 좋아하는 한국 처녀가 조선시대 옛길을 함께 걸으며 키워 온 사랑의 결실을 거둬 오는 29일 ‘백년가약’을 맺는다.주인공은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인 도도로키 히로시(轟博志·30)와 최정인(崔瀞仁·31·여)씨.

도도로키는 영남대로를 직접 발로 걸어 답사한 뒤 지난 2월 ‘일본인의 영남대로 답사기’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됐었다.영남대로는 조선시대 한양과부산을 잇는,지금의 경부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옛길로 임금이 행차할 때나 과거보러 가던 선비들이 많이 이용했다.

도도로키와 최씨는 지난 봄 인터넷 배낭여행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다 우연히 각각 월드컵지원연구단 일본담당과 전산직원으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최씨는 도도로키가 선물한 ‘영남대로’를 읽은 뒤 서로 ‘걷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두 사람은 주말마다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전북 정읍에서 월출산 밑 영암까지의 삼남대로를 함께 걷다 도도로키가 “서울대 기숙사에 가족생활동이 있는데 싸고 살기도 좋다더라.우리 가족이 되자”고 말했고 석달만에 자연스럽게 결혼에 이르게 됐다.삼남대로는 이도령이 서울에서 춘향을 찾아 말타고 내려간 길이자 명의 허준이 걸어다녔던 옛길이다.

회사 근무 때문에 멕시코에서 10년 동안 살았던 도도로키의 부모는 결혼을반대하지 않았지만 최씨의 부모는 걱정을 많이 했다.그러나 최씨 부모는 ‘한국 사람을 많이 닮은’ 도도로키의 태도와 최씨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결혼을 허락했다.

두 사람은 결혼한 뒤에도 한국에서 살 계획이다.서로 ‘귀화’하지 않고 일본인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존중할 생각이다.결혼식은 최씨의 고향인부산에서 치른다.

“땅과 길의 역사를 아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지난 13일 서울대 대학원 지리학과 교수들에게 결혼에 앞서 인사를 한 뒤 손을 꼭 잡고 함께 떠나는 두 사람의 등에 진 배낭에는 행복이 가득 담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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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기자 ywchun@
2000-07-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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