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 열연…주부 스트레스 날려요”

“무대위 열연…주부 스트레스 날려요”

허윤주 기자 기자
입력 2000-07-10 00:00
수정 2000-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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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후 신혼의 단꿈도 잠깐 뿐,정신없이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지쳐만 가는 것이 보통 전업주부의 일상이다.커가는 아이들과 늘어나는 아파트 평수,살림살이에 흐뭇해 지다가도 가슴 한켠에 휑하게지나가는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일상의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만한 뭐 신나는 일이 없을까.주변을둘러보며 눈을 반짝이던 주부들이 모처럼 집안을 벗어나 무대에서 뭉쳤다.

주부극단 연합회가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여성주간행사로 펼치고 있는 ‘주부연극제’.12개 참가 단체중 하나인 ‘강남모자이크 주부극단’도 그런 평범한 전업주부들의 모임이다.6일 오후3시 이들의 출전작품 ‘아름다운사인’이 공연된 서울 여의도 굿모닝300홀,무대 객석 할 것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오직 이날을 위해 지난 몇달간 구슬땀을 흘려온 단원들은 애써 외운 대사를 잊지 않기 위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초반의 긴장감은 잠시.막판엔 애드립까지 자연스레 던질 정도로 연기에 물이 올랐다.남의일 같지 않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관객들도 아낌없이웃고 울며 박수갈채를 던져 이들의 신명을 북돋웠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서는 시끌벅쩍 연기점검이 한창이다.“언니,아까 그장면에서 너무 잘하더라” “인삼밭에서 농약먹고 죽는 그 대목에서 목소리가 너무 오버한 거 아니야”서로의 연기를 조목조목 지적해주며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강남모자이크 주부극단 10여명이 처음 만난 건 96년 강남구청이 구민들을 위해 마련한 ‘유인촌의 연기교실’에서였다.수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열성분자들이 뜻을 합쳐 직접 극단을 만들었다.

여학생 시절부터 연극반을 하는 등 연극에 못다한 사랑을 키워온 이도 있었지만 ‘늦바람’난 초보도 꽤 있다.아이를 학교 보내고 집안일을 대충 정리한 뒤 매주 2∼3차례 어김없이 강남구민회관에서 만나 한나절씩 연기 연습을했다.

35살의 ‘막내’부터 올해로 환갑을 맞은 ‘언니’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러나 무대를 향한 열정만은 한결같다.

“너무 늙었다고 안 시켜줄까봐 처음에 걱정 했었지.요즘엔 설겆이 하고 빨래 하면서도 대사 외고 연기연습을 하는데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어”단원들에게 ‘언니’로 통하는 박찬열씨(60)는 연극을 하면서 10년쯤은 젊어진 것같단다.

집안일도 소홀해질 것 같지만 생활에 활력이 넘치다 보니 청소며,빨래며 오히려 더 신이 난다.초반엔 뜨악한 눈길을 던지던 남편들도 이제는 오히려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조선옥씨(47)는 “평소에 경험할 수 없었던 하이라이트를 받으며,다른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연극 맛이란 게 안해보면 죽어도 몰라요.사는게 얼마나 재미있어 지는데….다른 주부들도 연극 배우러들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2살된 막내아이를데리고 다니며 연습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아이가 벌써 6살이 됐다는 조혜선(35)씨의 당부다.

허윤주기자 rara@
2000-07-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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