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시대/ ‘이산가족찾기 신청’밀물

남북 화해시대/ ‘이산가족찾기 신청’밀물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2000-06-17 00:00
수정 200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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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제가 갑네다,조금만 기다리시라요.” 16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와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는 몰려드는 실향민들과 쉴틈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직원들은 실향민들에게 “인터넷이나 동사무소·구청 등에서도 가족 찾기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 1층 로비는 오전 9시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몰려든 300여명의 실향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직원 4명으로는 실향민들과 문의 전화를 감당할 수 없어 이북5도청 사무국 직원 6명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실향민들은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 접수를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밝은 표정들이었다.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고향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글을 모르거나 눈이 어두운노인들을 자발적으로 돕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황해도 송화가 고향인 김순희(金順姬·76)·명희(明姬·73) 할머니 자매는“50년에 우리 둘만 월남해 남동생과 여동생이 북한에 있다”면서 “그동안남쪽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동생들이 고생할까 두려워 찾지도 못했는데 이제 우리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신장연(申長連·69·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씨는 “6·25때 이화여전에 다니다 간호사로 징발돼 북한으로 간 3살 위 누님을 찾고 있다”면서 “그동안 어떻게 찾을까 막막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길을 열어줘희망이 보인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대책본부는 업무시작 전부터 실향민들이 몰려들자 상주 직원 10명 외에 자원봉사자 3명을 추가 배치했다.12개 전화선은 폭주하는문의 전화로 마비됐으며 실향민들도 150명 이상 몰렸다.17일부터는 자원봉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사업운영팀장 박성은(朴誠恩·44)씨는 “98년 9월 이산가족대책본부가 발족한 뒤 가장 많은 실향민들이 찾아왔다”면서 “예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 희망적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신청서를 또박또박 정성들여 작성했다”고말했다.

한국복지재단 실종가족상담팀이 운영하는 인터넷 이산가족찾기 사이트에도16일에만 평소의 10배 가까운 50여건의 신청이 쇄도했다.

사회복지사 송지현(宋智賢·24·여)씨는 “평소 20∼30통이던 문의 전화가 100통 이상 폭주해 정상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며 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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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기자 yw
2000-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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