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밖에서 매섭게 몰아치던 지난 96년12월27일.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김정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집회 비밀연설을 통해 당간부들을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식량난으로 굶주림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당 일꾼들이 앉아서 회의만 하고 있고 뭣들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러면서 “지금처럼 정세가 복잡한 때에 내가 경제실무사업까지 맡아보면서 걸린 문제들을 풀어줄 수 없다.수령님은 생전에 나에게 절대로 경제사업에 말려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질책의 강도를 높여갔다.
그로부터 약 1년1개월이 지난 98년1월16일.김정일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연형묵 전 총리가 당 책임비서로 있는 자강도의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현지지도에 나섰다.김일성 사망이후 위기타개와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군부 다스리기에만 매달려오던 그가 이례적으로 직접 민생과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김정일은 종전처럼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군부 추스리기에 나서는 한편 그해 3월9일 성진제강기업소를 시찰하는 등 경제부문에 대한현지지도의횟수를 점차 늘려갔다.과학기술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1월11일엔 연초 첫 나들이로 평성에 있는 과학원을 시찰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1월24일.두툼한 방한복에 털모자를 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찬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평북 태천군 들판에 나타났다.그가 엄명을내려 추진하고 있는 토지정리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올들어 김정일은 무려 8차례에 걸쳐 토지정리사업장을 비롯해 발전소,양어장,기계공장 등을 시찰하면서 독려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다.이처럼 그가 경제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식량난 해결과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체제안정을 이룩할 수 없음을 절감한데다 당과 군부를 완전히 장악해 권력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에 이젠 경제부문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김정일의 독려로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9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식량사정 역시 눈에 띄게 나아졌다.이에 힘입어 북한측은 경제회복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또 김정일이 이번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종 여유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그러나 아직도 북한에서 식량은 크게 부족한 상태이다.더욱 공장을 돌리려 해도 전기가 부족해 산업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먹는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면서 종자혁명,감자농사혁명,두벌농사(이모작)및 양어사업의 전군중적 운동을 다그치고 있다.이와함께 증산과 농사의 기계화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토지정리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김정일은 ‘토지정리는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대자연개조사업이며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이라며 토지정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감자농사혁명에 쏟고 있는 그의 관심과 독려도 대단하다.
김성진.그는 감자가 많이 나는 백두산 인근 산골짜기인 양강도 대홍단군 당 책임비서에 지나지 않는다.그렇지만 북한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거의 없다.지난 98년 10월 그곳을 현지지도한 김정일이 ‘동무야말로 진짜배기 혁명가,참된 당일꾼’이라고 극찬하고 그를 따라 배울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이 때 김정일은 ‘감자는 흰 쌀과 같다’며 감자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이처럼 김정일은 토지정리사업과 감자농사를 통해 식량난 타개를 추구하면서 정보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획경제의근간인 연합기업소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 김정일은 경제사령관으로 전환기 북한경제의 한 중심에 서 있다.그러나 농업구조와 군수중심의 산업구조의 과감한 개혁과 개방,시장경제의 도입없이는 곧바로 한계에 부닥치고 말 것이다.
유은걸기자 eky73002@
그로부터 약 1년1개월이 지난 98년1월16일.김정일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연형묵 전 총리가 당 책임비서로 있는 자강도의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현지지도에 나섰다.김일성 사망이후 위기타개와 권력기반 구축을 위해 군부 다스리기에만 매달려오던 그가 이례적으로 직접 민생과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김정일은 종전처럼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군부 추스리기에 나서는 한편 그해 3월9일 성진제강기업소를 시찰하는 등 경제부문에 대한현지지도의횟수를 점차 늘려갔다.과학기술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1월11일엔 연초 첫 나들이로 평성에 있는 과학원을 시찰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올해 1월24일.두툼한 방한복에 털모자를 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찬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평북 태천군 들판에 나타났다.그가 엄명을내려 추진하고 있는 토지정리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올들어 김정일은 무려 8차례에 걸쳐 토지정리사업장을 비롯해 발전소,양어장,기계공장 등을 시찰하면서 독려의 고삐를 죄어가고 있다.이처럼 그가 경제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식량난 해결과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체제안정을 이룩할 수 없음을 절감한데다 당과 군부를 완전히 장악해 권력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에 이젠 경제부문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김정일의 독려로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9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식량사정 역시 눈에 띄게 나아졌다.이에 힘입어 북한측은 경제회복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또 김정일이 이번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종 여유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그러나 아직도 북한에서 식량은 크게 부족한 상태이다.더욱 공장을 돌리려 해도 전기가 부족해 산업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먹는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면서 종자혁명,감자농사혁명,두벌농사(이모작)및 양어사업의 전군중적 운동을 다그치고 있다.이와함께 증산과 농사의 기계화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토지정리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김정일은 ‘토지정리는 나라의 부강발전을 위한 대자연개조사업이며 만년대계의 애국위업’이라며 토지정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감자농사혁명에 쏟고 있는 그의 관심과 독려도 대단하다.
김성진.그는 감자가 많이 나는 백두산 인근 산골짜기인 양강도 대홍단군 당 책임비서에 지나지 않는다.그렇지만 북한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거의 없다.지난 98년 10월 그곳을 현지지도한 김정일이 ‘동무야말로 진짜배기 혁명가,참된 당일꾼’이라고 극찬하고 그를 따라 배울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이 때 김정일은 ‘감자는 흰 쌀과 같다’며 감자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이처럼 김정일은 토지정리사업과 감자농사를 통해 식량난 타개를 추구하면서 정보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획경제의근간인 연합기업소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 김정일은 경제사령관으로 전환기 북한경제의 한 중심에 서 있다.그러나 농업구조와 군수중심의 산업구조의 과감한 개혁과 개방,시장경제의 도입없이는 곧바로 한계에 부닥치고 말 것이다.
유은걸기자 eky73002@
2000-06-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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