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다음 꽃박람회땐 편의시설 충분히 갖추길

[발언대] 다음 꽃박람회땐 편의시설 충분히 갖추길

김순희 기자 기자
입력 2000-05-12 00:00
수정 200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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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고양시 세계꽃박람회장’을 찾았다.평소 꽃을 좋아하는 나는 세계의 다양한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다.박람회장은 늦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입장객들로 붐볐다.딸의 집이 일산이어서 휴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가끔 호수공원을 찾던 나로서는 입장료 9,000원이 좀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물론 운영본부측에서 나름대로 계산을 통해 산출한 가격이겠지만 다른 곳도 아닌 시민공원에서 열리는 박람회이고 순전히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도 아닌데 말이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세계 각 국의 꽃들이 피어 있는 호수공원에서 도시락도 먹고 사진도 찍으며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았을 것이다.하지만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수십만명이 사용할 만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다.가족 단위인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더위에 지치고 사람에 치여 긴 코스를 포기하고 가까운 몇몇 곳만 둘러보곤 서둘러 박람회장을 빠져나갔다.

물론 운영본부 공직자들과 행사에 동원된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했고 이 행사를 통해 많은 해외 바이어들과 계약이 체결되었다니 다행한 일이다.어쩌면 운영위측에서는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찾아주리라곤 예상 못했을지도 모른다.어찌되었든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니 운영위측은 이번 행사에 시민들이 겪은 불편을 꼼꼼하게 체크해서 4년 뒤 다음 행사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매년 봄이면 진해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화려한 벚꽃 길을 걷기 위해 여의도를 찾고 있다.박람회가 끝나면 호수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되돌아 갈 것이다.넓은 호수공원가에 빨리 자라는 왕벚나무와 은행나무를 심는다면 봄이면 화사한 벚꽃길이,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이 조성되어 꽃박람회가 아니더라도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태어날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이름 모를 꽃들보다는 우리네 꽃인 개나리와 철쭉 등으로만들어진 정겨운 울타리가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평화로운 꽃축제가 아닌가싶다.점점 삭막해져 가는 생활에서 벗어나 툭 트인 호수공원에서 꽃향기를맡으며 걷는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시원해진다.

김순희[경기도 하남시 신장2동]
2000-05-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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