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김대중과 김정일

[대한광장] 김대중과 김정일

신상성 기자 기자
입력 2000-05-04 00:00
수정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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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인 기록이 될 것이냐,아니면 정치적인 이벤트로 끝날 것이냐?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슈이다.그것은 21세기 벽두에 이 지구의 ‘마지막 이념의 철조망’이 제거되는 단초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씨줄 38도선에 그어진 철조망이 치워졌을 때,진정한 지구의 평화가 시작되는 것이다.독일은 브란덴부르크의 시멘트 벽이붕괴되면서 동서독 이념의 대결이 끝났다.그 벽을 허무는 단초는 70년 3월동·서독의 수상,브란트와 슈토프의 악수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새천년 6월의 남북한 집권자 김대중과 김정일의 포옹이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 이제 남한의 ‘3김시대’는 가고 남북한 책임자 김대중과 김정일의 ‘2김시대’가 오는 것 같다.김대중 정부의 일관된 ‘햇볕정책’이 베를린선언으로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그러나 국내외의 언론은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역시 긍정론과 부정론이다.긍정론 쪽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와는 달리경제가 초점이며,특히 경제협력 문제에서 남북한 당사자가 공감하고 있다는점이 특기할 만하다고 주장한다.부정론 쪽에선 역시 북한은 조금도 변하지않았으며,달러를 더 훑어내기 위한 눈가림이라고 손을 내젓고 있다.

어쨌든 6월까지는 ‘잠못 이루는 밤’이 되지 않을 수 없다.서울과 평양 뿐이랴.전세계 해외동포들도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특히 고령의 월남민과 이산가족들의 가슴은 숯검정으로 타들어갈 것이다.그러나 좀더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6월 회담에 대해 몇가지를 상정해볼 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외부적인 세계판도의 시각변화이다.한반도의 주변강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통일이 될 경우,남북한의 막강한 군사력은 오히려 주변강국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배제하지 않았다.남북한을 합쳐 약 140만명의 군대와 북한의 핵이 주변강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중국과 러시아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는 시각이 바뀌어졌다.극한적 ‘전쟁포고’ 아니고는 미국 등누구도 북한을 억제하지 못했다.마지막 선택이 한국의 ‘햇볕정책’이라는귀결이다.외부의 어떠한 물리적인 제재방법보다는 남북한 당사자가 ‘민족적가슴’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변강국의 정책변화이다.그것은 오히려 한반도가 대화하고 통일함으로써 전쟁억지가 될 것이며 아시아에 평화정착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한반도의 화합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이 촉진되고 주변국들의 경제부담도 덜어질 것이다.핵개발도 자연히 중단될 것이란시각이다.

둘째,내부적으로 남북한 당국의 정치적 변화이다.김일성 사후,김정일 체제로 접어들면서 군사우위 정책보다는 경제적 개발정책으로 변화되기 시작한것이다.소련과 동구권 몰락,중국 등 사회주의 맹방들의 개방개혁 바람은 북한이라고 언제까지 손으로 가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김정일이 등극하면서 만경대학원 동창생을 중심으로 해외유학파 경제관료를 대거 기용해 부분적인대외개방정책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경제특구 지정,금강산유람선 개통,KEDO 허용 등이 이전 김일성시대의 경직성과는 분명히 달라진 유연성이다.

과거와 같은 핵 카드만으로는 한계라는 점을 인식하고,남한의 ‘햇볕정책’이 군사정권시절과 같은 정치용이 아니라는 점도 일부 공감한 것 같다.우선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국민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 억압하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그렇다고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가는 동구권처럼 몰락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때문에 차선책은 군비감축을위해서라도 평화공존이라는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것이다.점진적으로 고려연방제도 생각해보자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셋째,한반도의 이러한 내외부적인 변화기류를 놓고 볼 때,이번 6월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몇차례 거듭되고 있는 차관급 만남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전달되고 있다.이번 회담에서는 ‘베를린선언’에서 강조한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농업구조개선 등 경제협력 부문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7·4공동성명’에서부터 ‘남북한기본합의서’에 이르기까지 완패를 해온 민족문제가 민족전쟁 이전의 6월초에 성취돼 새천년 6월25일에는 ‘전쟁기념일’이 아닌 ‘평화기념일’로전환될 수 있을 것인가.김대중과 김정일의 뜨거운 가슴이 기대된다.

[신상성 용인대교수·
2000-05-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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