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달걀 더먹기’

[외언내언] ‘달걀 더먹기’

이기백 기자 기자
입력 2000-03-22 00:00
수정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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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예로부터 액을 막는 수호초복(守護招福)의 신통력 있는 동물로 여겨진다.‘동국세시기’에 정월초하루 벽에 닭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나기를 빈다는 기록이 있다.닭이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귀신을 믿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삼원일 풍속에 새벽 닭울음이 열번 넘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신라 박혁거세 탄생신화와 더불어 알영신화는 우물가에 계룡이 나타나 딸을 낳으니부리가 닭부리와 같았다고 한다.

건국신화와 민속에 신통력 있는 동물로 묘사된 닭은 4000년전 말레이시아·인도·중국의 들닭을 가축화한 것으로 우리나라 토종닭 조상은 중국남부 적색 들닭으로 추측된다.닭사육 역사는 오래되지만 예전에는 흔치 않은 가축이었다.‘귀한 사위 닭잡아 대접한다’고 처가에 가서 닭고기나 계란찜을 얻어먹지 못하면 변변치 못한 사위로 여겨졌다.

중년층 세대만해도 등교시 어머니가 도시락 밥위에 계란부침을 얹어 놓는날이면 점심시간이 무척 기다려지던 기억을 떠올린다.김치·무장아찌 등 식물성이 단골 도시락반찬인 시절 동물성 계란부침은 행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반찬이었다.단짝에게 조금 맛보이기에도 아까울 정도였다.양계업이 닭공장화된60년대후반부터 닭고기와 달걀은 흔한 먹거리가 됐다.지금은 도시락반찬에계란이 얹혀 있다고 마음 설레이는 학생은 거의 없다.

알(卵)은 생명탄생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영양소의 보고이다.영양학자들은달걀이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갖고 있으며 특히 단백질은 음식재료중 가장이상적인 영양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이 때문에 계란부침·오믈렛등 즉석요리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통해 계란은 기초음식재료로 광범위하게사용되고 있다.

최근 계란값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계란파동이 수개월째계속돼 우리 양계농가가 그야말로 누란지세(累卵之勢)의 위기에 처했다니 안타깝다.계란값은 현재 10개 한줄 588원으로 1년전 1,056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으며 지난해 10월 607원에 이어 수개월째 생산원가를 밑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알을 낳을 수 있는 닭의 수가 전국적으로 5,200만마리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 난데다 가정 및 가공용 계란 소비가 줄어 든 때문이다.수급안정에 비상이 걸렸다.농림부는 전국 닭의 10%인 500만마리를 감축하고국방부는 4월부터 군부대 달걀 급식량을 배로 늘려 올해 4,750만개(44억원)를 더 소비하기로 했다.그러나 단체급식의 촉진으로 어려운 양계농가를 돕는데는 한계가 있다.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고 값싸고 영양소가 풍부한 ‘우리 달걀 더 먹기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이기백 논설위원
2000-03-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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