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역사 첫 고찰

서대문형무소 역사 첫 고찰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3-06 00:00
수정 200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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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동 101번지’.

서울 서대문구 무악재 왼편 언덕바지,현 독립공원 일대를 지칭한 지번이다.

조선왕조의 도읍을 한양(현 서울)으로 정한 무학대사는 일찍이 이 일대를 가리켜 “과연 명당중의 명당이나 한때 3,000명의 홀아비가 탄식할 곳”이라고예언한 바 있다. 무학대사의 말은 과연 적중했다.‘한일병합’ 2년전이자 ‘헤이그밀사사건’ 이듬해인 1908년 10월 이곳에는 당시로선 ‘동양최대·최신 규모’의 경성(京城)감옥이 들어섰다.당시 이미 조선병합을 꾀하고 있던통감부는 장차 일제에 항거하는 ‘죄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미리이곳에 대형 감옥을 만든 것이다.이후 이곳은 우리나라 감옥의 대명사로 불렸다.그러나 놀랍게도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집 한권이 없는 실정이다.

오랫동안 친일문제와 한국현대사를 천착해온 대한매일 김삼웅 주필(57) 이최근 출간한 ‘서대문형무소 근현대사’(나남출판)는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이 책은 김 주필이 순국선열유족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순국’에 97년 11월부터 금년 1월호까지 기고한 25회 분량의 연재물에 이승만 관련 부분을 보탠 것이다.저자는 집필과정에서 “관련자료의 절대부족이 가장 큰 애로였다”고 토로했다.

지난 88년 서울시가 옥사(獄舍)·담장·망루 등을 대거 철거,독립공원을 조성하면서 지금 이곳은 한낱 놀이터로 변모하였다.그런 이곳을 저자는 당시자료와 증언을 통해 이곳이 대표적인 민족수난사의 현장임을 입증해 보이고있다.백범 김구·이승만 등을 비롯해 3·1의거만세·105인사건·신간회사건·수양동우회사건 등 일제강점기 대형 독립운동사건에 연루된 애국지사들이이곳에서 옥고를 치렀음을 당시 재판기록과 관련문서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64세의 노구로 사이토(齋藤實)총독에게 폭탄을 던진 강우규 의사를 비롯해한말 의병장 허위·이강년 선생,유관순 열사,임시정부 노동국총판 김동삼 선생 등이 최후를 마친 곳도 모두 이곳이다.일제의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김동삼 선생의 시신을 수습하려는 자가 나서지 않자 만해 한용운 선생이 “내평생 선생님의 시신만이라도 뫼실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며 김 선생의 시신을 수습한 것은 가슴 뭉클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단순히 독립운동가들의 행적만 살핀 것이 아니다.일제의 감옥정책,당시 일제가 사용한 형구(刑具),서대문감옥에서 애국지사들이 남긴 시·서한등을 비롯해 조선총독부 시정연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감옥실태 등 우리 행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들도 곁들이고 있다.부록으로 여기서 옥고를 치른독립운동가들의 신상기록이 수록돼 있다.해방이후 역사에 대해서는 후편에서다룰 예정이다.

저자는 “우리 학계가 독립운동사처럼 명분·명예가 따르는 연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서대문형무소 같은 ‘어두운 역사’는 언제나 망각,또는 배척의대상이 돼 왔다”고 말했다.값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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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기자 jwh59@
2000-03-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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