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임용탈락 교수의 승소

[사설] 재임용탈락 교수의 승소

입력 2000-01-20 00:00
수정 200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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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 김민수(金珉秀)씨가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수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서울 행정법원 행정13부는 18일 “김씨의 재임용 심사가 합리적인 기준에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이를계기로 교수 재임용 제도와 대학사회 전체의 지적 풍토가 개선되기를 우리는기대한다.

김씨가 지난 98년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는 ‘연구실적 미달’이었다.그러나 김씨는 재임용에 필요한 최소논문 기준의 4배인 8편의 논문을 제출했고 97년 ‘올해의 디자인상’ 저술부문상 수상,국제학술지 논문 게재등 주목할만한 연구학술 활동 실적을 지니고 있었다.재판부는 “서울대측은재임용 탈락의 근거가 된 ‘연구실적 기준 미달’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입증할 책임이 있는데도 아무런 주장이나 입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서울대가 재임용 탈락의 근거를 밝히지도 못했으면서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것은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싶다.

김씨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승소판결은 “교수 재임용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뒤엎고 대학의 교수 임용권 전횡에 제동을건 것이다.지난 75년 유신체제 아래서 도입된 교수 재임용제,즉 기간제 임용제는 한동안 시국사건에 연루됐거나 사학재단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앞장서‘미운털’ 박힌 교수들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악용됐으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교수와 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그러나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재임용 탈락이 계속되고 있고 김씨의 경우처럼 국·공립대학에서도 간혹 문제가 되고 있다.앞으로 각 대학과교육부는 이 제도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에 힘써야 할 것이다.또 2002년부터 이 제도 대신 시행될 교수계약제가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씨의 이번 승소는 우리 대학사회의 폐쇄적인 지적풍토에 대한 반성도 제기한다.김씨는 “학계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고 원로 교수의 친일행적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하고 학계 일부에서도 그가 이른바 ‘튀는 교수’였기에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서울대 미대 출범 초기 일부 교수들의 친일행적을 들춰내고 선배교수들의 디자인 작품스타일과 디자인 교육체제·커리큘럼을 거침없이 비판해왔다.진정한 비판정신과 학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어떤 교육개혁도 소용 없다는 점에서 김씨의 승리는 뜻깊다.

2000-01-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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