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클래식 공연 실종

세종문화회관 클래식 공연 실종

입력 2000-01-11 00:00
수정 2000-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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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이 그동안 한국의 고급 음악문화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그런데 이제세종문화회관이 그 영예로운 지위에서 스스로 내려앉고 있다.소극장은 그런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지만,올해 들어 대극장은 완전히 대중예술 전용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월의 공연일정은,3일 민·관합동시무식 등 각종행사에 동원되고 7∼16일 무대점검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8일을 자체공연이나 대관에 배정했다.

17∼18일은 록그룹 Y2K 콘서트,19∼20일은 미국의 록그룹 미스터 빅 내한공연,27일부터는 악극 ‘아버님 전상서’를 공연한다.‘고전’의 범주에 넣을만한 공연은 8차례.그러나 21일 윤양희 파이프오르간 교실과 23일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연주회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크로스오버’로 분류해야할 것이다.

2월 들어서면 더욱 극단적이다.6일까지 ‘아버님 전상서’,10∼11일은 한 종교단체의 세계민속공연,16∼21일은 여성국극 ‘사랑의 연가’,24일은 영화음악콘서트,26일은 독일의 크로스오버 밴드 ‘살타 첼로’가 무대를 차지한다.25일 서울시교향악단과 27일 서울시합창단 연주회,12∼14일 유니버설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정도가 ‘과거의 유산’일 뿐이다.교향악단과합창단,청소년 교향악단 등 산하단체의 정기연주회를 제외하면 클래식 음악공연은 프로그램에서 거의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세종문화회관이 지난해 서울시 소속기관에서 재단법인으로 바뀐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새 경영진의 ‘성적’은 현실적으로 대차대조표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고급문화에 공개하여 대관료만 받아서는 ‘눈에보이는 수익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따라서 지난해 코미디언 이주일공연에서 보듯 대중문화 공연을 자체기획하여 호된 입장료를 매기거나 ‘아버님 전상서’처럼 인기있는 악극을 공동주최하여 수익을 높이는 방안에 골몰한다.

현 경영진에 책임이 있을까.그러나 ‘사람’의 책임 보다는 정책의 책임이더 큰 것 같다.성과가 없으면 앞날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택할 수 있는 길은달리 없기 때문이다.결국 ‘문화공간을 통해 어떻게 돈을 잘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정책의 목표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핑계로 ‘문화공간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로 빗나간 데서 우리 음악문화의 한 축이 무너진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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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기자 dcsuh@
2000-01-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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