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고시제도 개편돼야

[대한시론] 고시제도 개편돼야

김신복 기자 기자
입력 1999-11-25 00:00
수정 1999-11-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부는 공무원선발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면서 특히 고시제도의 획기적인 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현재 공무원채용은 9급,7급,5급 공개채용시험을 통한 충원인원이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그러나 필답시험 위주의 채용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아무래도 지식 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특히 엘리트공무원을 충원하는 고시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고시는 1∼2차는 필답시험,3차는 면접으로 구성된다.1차시험은 객관식으로 출제되는데 4∼5과목이 필수로 지정돼있고 논술형인 2차시험은 행정·외무고시의 경우 필수 4과목,선택이 2과목이다.따라서 전체과목수는 기술고시가 8과목,행정·외무고시는 11과목에 달한다.이처럼 많은 과목의 시험을치러야 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데 장애가 될뿐 아니라 피상적인 지식측정에 그치게 된다.

시험방법과 형식도 전통적인 필답고사에 의존하고 있어 암기 위주의 논리적인 답안작성 능력만 측정하고 있는셈이다.사법시험은 사례식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는데 행정·외무고시에서는 그런 방식이 일반화되지 않고 있어 문제해결능력의 측정이 곤란한 실정이다.현재의 시험과목과 방법만으로는 외국어 구사 등 국제화 추진능력이나 전문분야의 지식·정보활용능력을 평가하기 어렵게 돼있다.영어가 필수과목이지만 필답고사 위주이고 직렬별로 전공과목시험을 거치지만 전문지식과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마지막으로면접시험은 당락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근무자세와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고시는 약 6개월에 걸쳐 세차례 시험을 실시해 합격자를 시보로 임용하고 있는데 기간을 단축하면서 1,2차 시험과목을 통폐합하고 면접시험을 강화해야 한다.이렇게 조정된 고시를 1차시험으로 해 채용예정자를 선발하고 1년이상의 교육 및 실무수습 후에 2차전형을 거쳐 채용 여부를 확정하는 게타당하다고 본다.이 경우 2차시험은 꼭 필답고사일 필요는 없다.전인적인 평가와 고급공무원으로서의 적합성 판단이중요하다.제2차시험에서 탈락하는사람은 연수과정을 재이수시키거나 6급으로 임용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고등행정 공무원시험과 사법시험은 일원화되어 주(州)별로 실시되는데 제1차시험 합격 후 2년동안 Speyer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비롯,공법,경제학,재정학 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선택적으로 주어지며 2년 후 제2차시험을 치르고 있다.프랑스의 국립행정대학원(ENA)도 실질적인 고급공무원 임용시험에 해당하는 입학시험에 합격해 2년간 교육을 받은 후 졸업시험 석차를임용에 반영하고 있다.이런 선진국의 제도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고시 응시자격을 학사학위 취득자나 취득예정자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또 고시준비에 매달려 대학교육을 소홀히 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성적이 평균 B학점 이상인 자만이 응시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장기에걸쳐 고시에 집착하는데서 오는 개인적 또는 국가적 낭비를 감안해 응시횟수를 5회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도 시험과목을 축소해 수험생들의심리적 부담을 줄이면서 심층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사례 위주로출제하여 문제해결능력 측정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헌법이나 국사는 객관식 시험과목으로 할 것이 아니라 나중에 직전(職前)교육과정에서 이수·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과목도 독해나 문법 일변도가 아니라 실제 회화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평가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현행 고시제도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근본적인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그러나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기본틀을 바꾸어 당장 내년부터 시행에 옮기는데는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무엇보다도 시험응시를 목표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따라서 일정한 예고기간을 두고 수험생과 교육기관들이 새로운 충원제도에 대응하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할 것이다.그리고 필답시험의 비중을 낮추고 면접이나 인턴기간의 근무평가 등 주관적 평가가 강화되는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책을마련해야 할 것이다.

金 信 福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1999-11-25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