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11)충격 속에서 감동 찾기

[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11)충격 속에서 감동 찾기

박규형 기자 기자
입력 1999-11-06 00:00
수정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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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센세이션‘전이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97년 런던의 로얄 아카데미에서,98년과 올 초 베를린의 함버거 반호프에서 개최됐던 이 전시회는 지난달 2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열리며 그 뒤 일본을 순회 전시한다.영국서 활동하고 있는 젊고 참신한 30대의 작가 42명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세기에 제리코,쿠르베,마네,그리고 인상파 작가들이 과감하게 자신의가치관을 표현했듯이,이번에 전시되는 영국의 젊은 작가들은 일반인들이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 것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감동적’이다.현대의 생활과 예술에서 느끼는 사랑과 성,낭비와 풍요,학대와 폭력,질병과 죽음,철학,혼동 등 여러 모순과 아이러니를 오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온갖지각을 총동원하여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다.

리차드 빌링햄은 가엾고 힘없는 부모의 일상적인 삶의 현실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알콜 중독,문신,구토물 등 그들의 어쩔 수없는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작가 자신의 불쌍한 부모에 대한 따뜻한이해와 사랑과 애절함을 느끼게 한다.제이크와 디노 채프만의 작품 ‘죽음의 행위’는 19세기 고야의 ‘전쟁의 참해’ 에칭 연작을 조각화한 것이다.푸른 눈의 어린 소녀 마네킹들이 서로 붙어 휠라 운동화를 신고서 소녀의 코와 입을 남녀의 성기로 대신한 모습과 함께 숲속에서 소녀들이 동성애하는 모습 등은 가히 충격적이다.

마커스 하버는 어린 아이 유괴범,미라의 얼굴을 경찰서의 흑백몽타주 사진처럼 실제 어린이들의 손을 이용해 대형으로 제작,런던 전시 때 항의 시위를 받기도 한 문제의 작품이다.

데미안 헐스트는 밀폐된 공간에서 파리들에 의해 부패되는 쇠고기 덩어리를 설치해 전시장 전체에 쾌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크리스 오필리는 나이지리아계 흑인 영국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코끼리 똥 등을 이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하는 잘 알려진 작가이다.뉴욕 시민들의 항의와 함께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가 종교와 신성을 모독했다면서 브루클린박물관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조치를 내린 직접적인동기가 된 작품이 오필리의 코끼리 똥과 포르노 잡지를 콜라쥬한 ‘성모 마리아’이다.브루클린 미술관은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700만달러를 뉴욕시에서 지원받았는데 뉴욕타임스 및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시장과 다투는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 클린턴여사까지 가세한 이번 전시 소동으로 미술관은 센세이셔널한(놀랄만한) 관람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전시 작품들은 영국 젊은 작가의 작품을 집중 수집하고 있는 광고재벌 찰스 사치의 개인 소장품인데 이번 전시는 단순한 센세이션을 일으킨데 그치지 않고 영국 미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너무 과감해 남들이 회피한 작품을 사들인 소장가의 과감한 안목은 물론 항의시위,법정비화에도 불구하고 물의를 일으킨 전시를 지속시킨 ‘예술적’ 환경이 돋보이는 전시회였다.

박규형(갤러리 현대 디렉터)
1999-11-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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