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극단 산울림이 임영웅 연출로 독일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 초연한 건 지난 69년이었다.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극단 산울림과 임영웅 그리고 ‘고도…’를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그동안 산울림의 ‘고도…’는 국내 연극계는 물론이고 89년 프랑스 아비뇽연극제,90년 아일랜드 더블린연극제를 비롯해 수차례의 해외 공연에서도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 ‘고도…’가 산울림 창단 30주년 기념공연 겸 서울연극제 특별초청작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산울림의 공연으로는 열네번째,임영웅에게는 열한번째 연출이다.지난 12일 관객들과 함께 객석에서 첫 공연을 지켜본 임씨의 얼굴은 어느때보다 밝아보였다.“매번 최선의 배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공연의 앙상블은 그 이상의 것”이라고 자부한 연출자로서의 직감이 어긋나지않았음을 무대에서 확인한 때문일까.
97년 공연이후 2년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안석환,한명구,정재진,김명국 등 4명의 중견배우는 한층 원숙하고 조화로운 연기로 극을 안정감있게 끌어갔다.
앙상한 나무 아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내와 그들곁을 지나치는 또다른 두 남자의 얘기를 2시간20분동안 지루하지않게 들을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흡인력있는 연기 덕분이었다.
안석환은 유연한 몸짓과 독특한 말투로 응석받이 에스트라공을 몸에 맞춘듯자연스럽게 형상화했다.이미 한번의 블라디미르와 두번의 럭키역을 해낸 한명구는 이번 무대에서 코믹하면서도 비극적인 블라디미르의 내면을 깊이있게표출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포악하지만 어딘가 비장미가 숨어있는 듯한 포조역의 김명국,딱 한번의 대사를 높낮이없이 속사포처럼 마구 쏘아대는럭키역의 정재진도 흠잡기 어려운 연기를 보여줬다.
오래 곰삭은 술은 혀끝이 아니라 오감으로 음미하듯 30년 무르익은 산울림의 ‘고도…’에서도 그같은 정직한 연륜이 묻어난다.한그루의 나무조차 배경이 아니라 배역으로서 무언가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무대였다.17일까지,문예회관 대극장(02)760-4800이순녀기자
그 ‘고도…’가 산울림 창단 30주년 기념공연 겸 서울연극제 특별초청작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산울림의 공연으로는 열네번째,임영웅에게는 열한번째 연출이다.지난 12일 관객들과 함께 객석에서 첫 공연을 지켜본 임씨의 얼굴은 어느때보다 밝아보였다.“매번 최선의 배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공연의 앙상블은 그 이상의 것”이라고 자부한 연출자로서의 직감이 어긋나지않았음을 무대에서 확인한 때문일까.
97년 공연이후 2년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안석환,한명구,정재진,김명국 등 4명의 중견배우는 한층 원숙하고 조화로운 연기로 극을 안정감있게 끌어갔다.
앙상한 나무 아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내와 그들곁을 지나치는 또다른 두 남자의 얘기를 2시간20분동안 지루하지않게 들을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흡인력있는 연기 덕분이었다.
안석환은 유연한 몸짓과 독특한 말투로 응석받이 에스트라공을 몸에 맞춘듯자연스럽게 형상화했다.이미 한번의 블라디미르와 두번의 럭키역을 해낸 한명구는 이번 무대에서 코믹하면서도 비극적인 블라디미르의 내면을 깊이있게표출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포악하지만 어딘가 비장미가 숨어있는 듯한 포조역의 김명국,딱 한번의 대사를 높낮이없이 속사포처럼 마구 쏘아대는럭키역의 정재진도 흠잡기 어려운 연기를 보여줬다.
오래 곰삭은 술은 혀끝이 아니라 오감으로 음미하듯 30년 무르익은 산울림의 ‘고도…’에서도 그같은 정직한 연륜이 묻어난다.한그루의 나무조차 배경이 아니라 배역으로서 무언가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무대였다.17일까지,문예회관 대극장(02)760-4800이순녀기자
1999-10-14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