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맥아더 음모설

[대한광장] 맥아더 음모설

방선주 기자 기자
입력 1999-10-11 00:00
수정 1999-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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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6·25 전쟁 발발 50주년이 되는 해이다.그래서 맥아더 기념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착착 준비되고 있다.맥아더는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었으며 그 나름대로 한국인을 좋아했고 또 당연히 한국인이 자신을 좋아할 것으로믿었다.

그런데 필자는 15년전 발표한 논문에서 맥아더의 정보기관이 6·25의 발발을 미리 알고도 방치한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를 제기했으며 나의 글을 건네받은 일본인 기자가 이를 자기 나름대로 계승한 일이 있으며, 요즘에는 맥아더의 중공군 개입 예지·방치설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나는 다시 이 문제를 재검토하기 위해 맥아더 사령부의 방문자 일일방명록을 보려고 여행을 떠났다.방명록을 통해 정말로 맥아더가 1951년 3월중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대사들을 만났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1982년에 출판된 굴든의 ‘한국전쟁비사’에는 ‘맥아더가 파면된 진정한 이유’라는 것이 나온다.맥아더는 이들 외국대사에게 “지금이 중국이 강대국이 되기 전에 전면전으로 때려 눕힐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워싱턴을 유도해 장개석의 재집권을 돕겠다”는 결심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대사들은 곧암호전문을 본국에 치고 해독전문을 본 트루먼은 면종복배하는 맥아더의 불충함에 격노했다는 것이다.

굴든에게 이 기밀사항을 흘린 장본인은 국무부 거물이던 닛체가 아니면 마셜인 것 같다.우선 닛체가 1989년에 나온 회고록에 약간 흘렸고,이 책을 본마셜이 상세하게 흘렸다.마셜기록의 존재는 정신문화연구원 정용욱교수가 귀띔을 해줬다.

그런데 1996년 나온 ‘정일권회고록’을 보면 맥아더가 웨이크섬으로 트루먼을 만나러 가기 전 이승만대통령은 그에게 편지를 써서 중공군이 개입할것이 확실한데 북진통일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트루먼에게 그 가능성을 긍정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이에 대해 맥아더는 10월 13일자 회신에서 “중공군은 반드시 개입할 것입니다.그러나 이 가능성을 아는체 할 수는 없습니다….나는 이것을 전혀 모르는 사실로 할 것입니다.…지금이야말로 중공의 잠재적인 군사력을 때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극비중의 극비문서는 굴든이 발굴한 위의 얘기와 통한다.그런데 이 ‘맥아더서한’의 발송날짜가 맥아더가 트루먼을 만나 중공군의 개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15일로부터 이틀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같은 달 3일 도쿄주재 영국외교관 개스콘이 맥아더와 면담한 후 본국에 보고한바에 따르면 중공군이 개입만 한다면 만주는 물론 베이징까지 맹폭격할 것이라고 맥아더는 장담했고 영국정부는 이것을 크게 우려했다는 기록도 있으니상황적으론 정일권증언을 나무랄 수 없다.

이 서한의 존재여부에 대해선 몇 갈래로 생각할 수 있다.하나는 정일권씨의 얘기는 굴든 비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추측이다.이것을 정일권씨가 가공(加工)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회고록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또 정일권씨의 회고록이 그가 1994년 작고후 가필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수도 있다.그렇다고 쳐도 만의 하나 서한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세계적인 특종이 될 것이다.이화장이나 정부기록보존소 등에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외교통상부나 정보기관에서 문서를 인수했을 가능성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국립공문서관에 기밀해제되지 않은 이승만과 미정부간의 왕래 극비문서들이 수두룩한 것을 감안한다면 4·19의 소용돌이중에 미 정보기관이 뽑아가지 않았을까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이 설에 대한 사실규명은 6·25의발발연구에,또 허구의 정설화 문제에 지대하게 공헌할 것이기 때문에 연구자나 기자 및 일반인들의 주의를 환기해본다.

方 善 柱한림대 객원교수 재미사학자
1999-10-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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