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386세대’ 작가군 떴다

안방극장 ‘386세대’ 작가군 떴다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9-08-27 00:00
수정 1999-08-2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요즘 국문과 친구들은 조금만 재능있어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방송으로 영화로 튀고 없더라”한 30대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영상이 현대의 주류 문화양식으로 떠오르면서 글재주있는 젊은이들이 방송 드라마 집필로 우르르 몰리고 있다.작가실의 386세대라고 불릴 법한 이들 젊은 드라마 작가들은 일단 숫적으로 대풍(大豊)인데다 스타일에서도 기성작가군과 대별되는 자기네만의 세대적 감수성을 인정받으며 안방극장의 빼놓을수 없는 인기 제조기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BS ‘거짓말’,MBC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를 쓴 노희경(33)은 작가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킨 신세대 군단의 대표주자.유부남의 삼각사랑을 다룬 그의 ‘거짓말’은 윤리타령을 배제한 냉정한 시선과 폐부를 찌르는 대사 등으로 특히 네티즌들에게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MBC에서 ‘사과꽃향기’,‘세상끝까지’,‘눈물이 보일까봐’ 등을 집필한정유경(31)은 개성 뚜렷한 서정으로 꾸준히 자기 세계를 다져온 유망주.서울대 사회학과 87학번으로 구성작가 출신이란 경력이 이채롭다.

최근 ‘미스터 Q’,‘토마토’ 등 잇단 히트작을 안겨주며 SBS드라마 중흥의 촉매 역할을 한 이희명(35)은 코미디 작가 출신다운 유머감각과 시청자의욕구를 읽는 예리한 눈의 결합으로 재미를 봤다.

SBS ‘홍길동’의 이한호(33)는 PD들 사이에서 철학적 소재를 가장 유연하게 빚어내는 신예 작가의 하나로 꼽힌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별은 내 가슴에’ 등 MBC드라마를 써온 이선미(35)는 풍자,사회성,느와르 등에서 두루 다재다능함을 뽐낸다.

내달 13일 마수걸이하는 MBC 새 월화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정성희(33)는 ‘흐르는 것이 세월뿐이랴’ 한편만으로도 크게 주목받는 작가.얄팍한 감각이 앞서는 시류에서 삶의 깊숙한 곳을 통찰하는 선굵은 시선을 선보여 MBC가 아끼는 차세대 병기의 하나다.

SBS ‘해피투게더’의 배유미,MBC ‘마지막 전쟁’의 박예랑,‘짝’의 윤성희 등은 가장 어린 71년생들이지만 시청자와의 승부에서만은 베테랑을 능가하는 승률을 기록중이다.각각 만화적 감수성,나이를 의심케하는 입담,경쾌하고 발랄한 유머감각 등이 트레이드 마크다.

젊은 드라마 작가 약진은 인터넷 등을 통한 공모제도 활성화,작가 양성기관증가 등 방송 주변환경이 북돋운 바 크다.그러나 무엇보다 TV를 보고 자란세대의 본격적 TV진출 신호탄이란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감각적이고 매사에스피디한 이들의 등장으로 한때 지배적 드라마 양식이던 연속극이 호흡 짧은 미니시리즈로 바뀐지 오래다.방송 관계자들은 당분간 스토리텔링 중심의 인기 중진들과 영상감각에서 압도하는 무서운 신예들이 안방극장을 이분할 것으로 판도를 점치고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1999-08-27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