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4회)

[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4회)

이원일 기자 기자
입력 1999-08-14 00:00
수정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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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국제미술제는 각국의 문화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이제 2년마다 혹은 3년마다 개최되는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는 ‘이미지 전쟁’의 시대에서 자국의 유리한 문화적 지위 확보를 위한 투자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얘기다.베니스 비엔날레나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브라질의 상파울로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미술제 숫자는 90년대 들어 20여 개에 이르고 있으며 그 숫자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여기에 상업성을 띤 국제 아트페어까지 가세하면 21세기의 국제미술제는 가히 미술의 월드컵과 같은 국가 대항전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처럼 각국이 앞다투어 국제미술제을 창설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그리고 21세기에 비엔날레,트리엔날레라는 국제행사는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

그것은 지난 100년과는 다르게 전개될 21세기의 문명적 전환 인식과 밀접한관련을 맺고 있다.즉 국가간 경쟁의 개념이 ‘산업발전’에서 ‘문화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인식이그것이다.21세기 문명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문자,언어 위주의 문명에서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시각문명으로의 비중 이동이다.바로 여기에 각 나라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제미술제를 경쟁적으로 창설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이제 국제미술제는 예술창조의 새로운 단초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소통지향적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이는 대중(관람자)과의 교감을 중시하며 다양한 표현기법을 시도하고 있는 세계미술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즉 난해한 표현의 껍질 속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제고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국제미술제 주제의 면면을 보면 거창한 이념이나 역사적 획을 탈피하여 일상과 개개 인격체로서의 인간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처럼 21세기의 국제미술제는대중적 호소력을 갖추고 시각문화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텍스트의 역할을 할 것이다.그것이 21세기의 국제미술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이다.그리고 그것은 유럽과는 상이한 문화전통 속에서 탄생한 개성 있는 비엔날레,트리엔날레들이 나름대로의 고유한 형태와 기능을 독립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다시 말해서 개최지의 역사와 삶,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토대로 미술을 통한 새로운 삶의 가치를 제시하는 데서 그 차별성이 찾아져야 하는 것이다.다수의국제미술제와 다수의 착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원일 큐레이터·광주비엔날레 전시1팀장

1999-08-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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