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申昌源이 남긴 것

[사설] 申昌源이 남긴 것

입력 1999-07-19 00:00
수정 1999-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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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2년6개월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탈옥수 신창원(申昌源)이 마침내 경찰에 붙잡혔다.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경찰들이 ‘신창원 공포증’을 벗어나게 돼 다행이다.신의 검거는 한 시민의제보가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보여준 시민정신의 승리이기도 하다.

신창원은 잡혔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문제와 과제는 너무나 많다.우선 허술한 우리 경찰의 치안능력이다.신은 도피기간중 전국을 누비며 80여차례의 강·절도를 저질렀다.6차례나 경찰과 맞부딪쳤지만 경찰은 폭행과 권총까지 빼앗기는 무력함만 보인 채 번번이 놓쳐버렸다.전국의 경찰력을 총동원하다시피 신의 검거에 나섰지만 신은 경찰 비상망을 조롱하듯 이곳 저곳을버젓이 돌아다녔다. 경찰의 검문검색이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하게 할 뿐 얼마나 형식적인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광역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의 공조체제나 기동력도 의심스럽게 만들었다.신의 탈옥 과정과 도피 행적을 철저히 조사해 교정행정과 치안능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신은 그동안 훔친 돈만도 5억여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검거될 때만 해도 1억8,000여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서울의 한 부유층 집에 들어가 가족들을 인질로 삼고 2억5,000만원이나 빼앗아 갔으나 피해자는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사회에 신과 같은 범죄자가 날뛸 수 있을 정도로 허점과 약점이 많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서민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거액을 도둑 맞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 돈이 어떤성격의 것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신창원을 미화하거나 의적(義賊)으로 보려는 우리사회 일각의 의식도 문제다.신은 강도를 하다 사람을 죽이고 감옥까지 탈출한 범죄자일 뿐이다.그를주인공으로 한 만화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그를 흉내내려는 현상까지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신이 수배중인 탈옥수인것을 알면서도 8명의 여인이 그를 동정하며 숨겨 주었다는 사실도 우리 사회의 심상찮은 가치 전도(顚倒)를 걱정스럽게 만든다.더구나 신을숨겨준 여인들이 모두 불우한 계층이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을 경고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신창원 검거에 안도하기보다는 많은 것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정치권의 끝없는 정쟁(政爭)에다 지도층의 잇따른 비리와 부정부패,계층의 양극화,허술한 치안능력 등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바로잡아야 할 문제들을 ‘신창원의 탈옥행각’은 고발하고 있다고 하겠다.

1999-07-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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