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 김대중·장면정부의 멍에

[김삼웅 칼럼] 김대중·장면정부의 멍에

김삼웅 기자 기자
입력 1999-07-06 00:00
수정 199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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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정부와 장면정부는 38년의 시차를 두고 있다.한국현대사에서 두 정권은 출범과정과 성격 그리고 시대상황에 있어서 공통점이 매우 많다.

우선 정통성에서 일치한다.장면정부는 이승만 독재를 붕괴시킨 4월혁명의결과로 태어났으며 김대중정부는 32년 군사정권과 여기에 뿌리를 둔 문민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명예혁명적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장면정부가 4·19혁명의 결과라면 김대중정부는 광주항쟁과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시민혁명의 산물이랄 수 있다.‘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지도자를중심으로 정통성과 합법성의 강고한 기반 위에서 출범한 두 정권이 쉽게 반대세력의 도전에 취약성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혁명 또는 명예혁명적 과정을 거쳐 합법적으로 집권했지만 상층부 일부만 바뀌었을 뿐 구정권의 인물과 관행이 그대로인 앙시앵 레짐의 ‘허리부문’을 개편하지 못했다.

둘째,독재를 부정하는 안티에서 출발한 새정부는 구체제의 억압구조와 규제를 풀게 되고 따라서 ‘당근과 채찍’을 놓아버린,일종의 무장해제한 권력체이다.여기에 국민은 무한대의 자유를 요구하고 정부에는 청교도적 순결성을바라면서 국민과 정부 사이에 단층현상을 드러낸다.

셋째,‘단군 이래의 자유’가 허용된 상황에서 야당과 사회단체 그리고 독재정권에 협력했던 사람들까지 자신들의 정체성회복의 심리에서 정부공격에앞장서고 일반시민들의 무책임한 시위와 권리의 남용이 나타난다.또한 정권의 시혜로 주어진 자유가 정권을 옭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된다.

넷째,내각제의 권력분산구조에서 효과적으로 시국에 대처하지 못하고(장면정부)내각제에 발목이 잡혀(김대중정부)권력누수의 조짐을 보인다.

다섯째,독재와 부패를 청산하고 새국정모델을 제시하는 개혁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희생도 따른다.

그런데 총론적 개혁은 지지하면서 각론의 피해 당사자들은 저항하게 되고다수 국민은 조급하게 개혁의 과실을 요구한다.

여섯째,장면정부는 3·15부정선거원흉·부정축재원흉의 처단이라는 ‘혁명과업’의 해결이 당면과제로 주어졌고,김대중정부는 IMF체제의 국난극복 과제에 매달렸다.그러다보니 국민대중이 요구하는 개혁과 구체제청산작업이 더디게 되었다.

기득층의 저항 소외층의 비판 일곱째,기득층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서 개혁을 거부하거나 외면하고 소외층은 기대심리에서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한다.이렇게 하여 개혁과 기대치에 대한 괴리가 증폭되면서 민심이반현상이 나타난다.

여덟째,‘동지적 적대세력’과의 동거를 들 수 있다.장면정부는 같은 뿌리에서 분당한 신민당의 극심한 도전에 시달리고 김대중정부는 다른 뿌리의 공동정권인 자민련의 ‘우호적 적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개혁세력이 결집되지 못한 것이다.

아홉째,진보·보수 지식인의 협공이다.기회주의적인 언론·지식인그룹은 그렇다치지만 진보·정론지를 자처하는 언론과 지식인들까지 ‘정권때리기’에 앞장선다.이승만 정권에서 심한 탄압을 받아온 혁신계와 진보언론이 장면정부공간에서 가장 심한 반정부 비판세력이 되었다.김대중정부를 보수·진보지식인과 언론이 피아 구분없이 비판하는 것도 장면시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현정부에 의해 합법성을 인정받게 된 전교조나 민주노총 등이 정부에더욱 과격하다거나 이념적·생태적으로 우호적이어야할 언론과 지식인이 더공격적인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지식인 그룹의 역사의식 결론적으로 기득세력과 개혁세력으로부터 동시다발의 공격을 받으면서 ‘민주주의와 경제개발’(장면정부)이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김대중정부)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기득세력의 두터운 장벽과 저항 그리고 분별잃은 혁신세력의 협공으로 장면정부는 쿠데타세력에 빌미를 주게 되고 김대중정부는 개혁정책이 흔들린다.

5·16 이후 지식인과 언론인,진보진영이 당한 시련과 고통을 생각하고 국가발전의 퇴영을 돌이키면서 비판활동의 본질을 되새겨봐야 하겠다.비판은 지식인의 본령이고 존재가치다.그러나 사사로움과 선정성과 하이에나식의 교활함이 겹칠 때 ‘이론적으로 수술은 성공했는데 환자는 죽게 되는’현상을 초래한다.언론인·지식인과 진보 그룹의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주필 kimsu@
1999-07-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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