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삼씨의 봉변·망발

[사설] 김영삼씨의 봉변·망발

입력 1999-06-05 00:00
수정 1999-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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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에서 일어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페인트 세례 봉변은 전직대통령 등 요인 경호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제기했다.재미동포 박의정(朴義鼎)씨가 던진 것이 달걀이 아니고 흉기였다면 어떻게 됐겠는가.생각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퇴임후 7년간은 대통령 경호실이 맡게 돼 있으며 전직 대통령쪽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찰이 별도로 경호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날 김전대통령쪽에서는 별도의 경호요청을 하지 않아 공항경찰은평상근무를 했다고 한다.달걀을 던진 박씨는 현장에 뿌린 유인물에서 “나라를 망친 김씨는 오늘 당한 봉변을 국민이 내리는 응징으로 알고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문제는 우리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데도 정치적 언동으로 국민들의 격분을 사고 있다는데 있다.그렇기 때문에 경호당국은 더욱더 전직들에 대한 경호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불측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박씨는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겠지만,달걀 속에 페인트까지 넣어서 던진 것은 국민정서상 너무 지나쳤다는 느낌이다.김전대통령은 이 사건을 배후가 있는 정치 테러라고 주장,“김대중(金大中)정부가 자기 무덤을 깊이 판것”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이 사건에 배후가 있는지 없는지는 경찰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모든 것을 김대통령과의 대결구도에서 해석하는 김영삼씨의 발상이 신기할 지경이다.김씨는 일본에 가서도 “김대중 정권은 살인정권”이라는 등 막말을 해댔다.한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지도자의 언동치고는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전대통령의 망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는 올 말로 정치적으로 끝나야 하며,올해 안에 반드시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90년 3당합당 때 ‘내각제 각서’를 휴지로 만들고 대통령제를 고수했던 김씨로서는 엉뚱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을 뿐이라며 정치 재개의 뜻을 분명히 했다.내각제 아래 부산·경남지역의 정치적 지분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그러나 그것은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짓이다.국민들은 지난 30여년간 우리를 옭죄어온지역할거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마당이다.김씨가 특정지역을 볼모로 정치를 재개하려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김씨는 그같은망상을 버리기 바란다.

1999-06-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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