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둑 장단에 춤춰서야

[사설]도둑 장단에 춤춰서야

입력 1999-04-21 00:00
수정 1999-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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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예산안 심의와 부정선거 의혹을 다루기 위해 19일 소집된 국회 행정자치위가 ‘고관집 전문 털이’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끝나고 말았다.한나라당은 이 사건의 은폐·축소 의혹과 현정부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고,공동여당은 한나라당이 신빙성도 없는 범인의 주장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맞 받아쳤다.우리는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 검찰 수사로 사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는 사건을 결코 정쟁거리로 삼지 말라고 여야에 대해 당부한 바 있다.사건이 지닌 중대성 때문이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절도 용의자 김강룡(金江龍)씨의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김성훈(金成勳)농림장관은 도둑을 맞은 사실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한나라당이 문제 삼고 있는 12만달러도 그렇다.범인 김씨가 유흥가에서 달러를 뿌리고 다닌 것은 유종근(柳鍾根)지사 사택을 털기 이전부터의 일임이 드러났다.김씨는 또 현직 장관 세사람의 집을 털어 금괴 12kg과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김씨의 동거녀는 금괴나 달러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중증(重症)의 필로폰 금단(禁斷)증상으로 알몸소동을 벌이기도 한다는 김씨가 “어떤 장관집 변기는 금테를 둘렀더라”고 주장하는 마당이고 보면 김씨의 주장은 아무래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김씨의 주장을 거르지도 않고 곧바로 언론에 ‘중계’해왔다.김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현정권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되는가.한나라당은 정부를 공격할 호재로 착각한 나머지 ‘범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춘꼴’이 된다.그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게다가 유지사는 “12만달러를 은닉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하고,“한나라당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정치공세의 책임을 지고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제의하고 나왔다.국민들이 보기에 매우 합당한 제의로 생각된다.피차 공인(公人)으로서취할마땅한 도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여야가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공방을 즉각 중단하고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점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1999-04-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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