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했다.“수술해야 합니다.” 환자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했으나속으로는 “천천히 하지 뭐”라고 했다.의사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합니다”라고 재촉하자 환자는 “내 병은 내가 더 잘 압니다.참견하지 마세요”라고 벌컥 화를 냈다.의사는 이렇다할 대꾸를 못했다.그저 혀만차고 있을 뿐이다.
요즘 재벌개혁이 이같은 상황이다.지난해 12월 7일 정부와 재계가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전격 합의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재벌개혁의 밑그림이 완성됐다며 요란스럽던 분위기도 지금은 시들해졌다.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회복돼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가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으나 국내외 시각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구조개혁에 실패,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성급한 외신 보도도나온다.재벌이 개혁에 반기를 드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다짐이 대표적이다.재계는 자산재평가나 현물출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겠다고 한다.그러나 자산재평가는장부상으로만 부채비율을 낮출 뿐 외부에서 현금이 유입돼 재무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산재평가든 자산매각이든 현실적으로 부채비율만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말하지만 이는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일종의 눈가림일 뿐이다.
빅딜도 지지부진하다.재계가 중복·과잉투자를 인정,빅딜에 합의하고도 진전이 없다.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7일 합의시한을 넘겼고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는 협상조차 불투명하다.끝까지 버티면 빅딜이 취소될 것처럼 당사자들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응 또한 미흡하다.빅딜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금융감독위원회 실무자는 “방법이 없다.남 잘 되라고 하는데 욕까지 먹으면서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의욕을 잃은 상태다.
재벌개혁은 지금부터다.이업종간 상호지급보증 해소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구조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확실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법테두리 안에서 주요 채권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정치나 노사문제로게을리할 사안이 아니다.재벌개혁은 결코 ‘선택사양’이 아니다.포기하면 너나할 것 없이 쓰러지는 생존의 문제다.
백문일 경제과학팀기자
요즘 재벌개혁이 이같은 상황이다.지난해 12월 7일 정부와 재계가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전격 합의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재벌개혁의 밑그림이 완성됐다며 요란스럽던 분위기도 지금은 시들해졌다.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회복돼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가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으나 국내외 시각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구조개혁에 실패,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성급한 외신 보도도나온다.재벌이 개혁에 반기를 드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다짐이 대표적이다.재계는 자산재평가나 현물출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겠다고 한다.그러나 자산재평가는장부상으로만 부채비율을 낮출 뿐 외부에서 현금이 유입돼 재무상태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산재평가든 자산매각이든 현실적으로 부채비율만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말하지만 이는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일종의 눈가림일 뿐이다.
빅딜도 지지부진하다.재계가 중복·과잉투자를 인정,빅딜에 합의하고도 진전이 없다.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7일 합의시한을 넘겼고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는 협상조차 불투명하다.끝까지 버티면 빅딜이 취소될 것처럼 당사자들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응 또한 미흡하다.빅딜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금융감독위원회 실무자는 “방법이 없다.남 잘 되라고 하는데 욕까지 먹으면서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의욕을 잃은 상태다.
재벌개혁은 지금부터다.이업종간 상호지급보증 해소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구조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확실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법테두리 안에서 주요 채권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정치나 노사문제로게을리할 사안이 아니다.재벌개혁은 결코 ‘선택사양’이 아니다.포기하면 너나할 것 없이 쓰러지는 생존의 문제다.
백문일 경제과학팀기자
1999-03-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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