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3)부실한 경제사업

[농협개혁](3)부실한 경제사업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9-03-03 00:00
수정 1999-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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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총체적 부실은 경제사업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농협이 농민 상조기관이 아닌 금융기관으로 변질된 것이나,농협이 농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된 것도 결국 경제사업이 형편없이 빈약한 때문이다.앞으로 추진될 협동조합 구조개혁도 이 경제사업 부문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경제사업이란 산지 수매에서부터 소비자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유통사업이나 영농기법 개발과 같은 생산자 지도사업 등을 뜻한다.농협 중앙회의 98년 결산에 따르면 신용사업을 통한 수익이 1조1,526억원인 데 비해 경제사업 수익은 이의 15% 수준인 1,629억원에 불과하다.

농협의 왜곡된 구조와 부실은 바로 여기에 있다.즉,농협의 창립 목적은 농민간의 상부상조를 위해 경제사업을 적극 육성하자는 데 있다.신용사업은 이를 보조하는 차원의 업무다.그러나 현실은 신용사업이 주업이고,경제사업은부업으로 전락했다.농산물 유통 등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신용을 다뤄야하는데도 실제로는 돈벌이가 우선이고,농민지원은 뒷전인 것이다.

경제사업의 부실은 농민들이 직접 접하는일선 단위조합에 있어서 더욱 극심하다.상당수의 단위조합들이 마을금고 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단위조합 평균 수익의 75%가 상호금융이라는 신용사업에서 나온다.

그나마 ‘돈놀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단위조합들이수두룩하다.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에 손 댈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신용업무를 중앙회가 맡아 경제사업에 주력하는 단위조합을 지원하는 구조가 왜곡돼있는 것이다.농민들이 농협을 ‘고리업자’로 질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농협은 지난해 말 1,332개 단위조합 가운데 39개 조합이 결손상태이고,이가운데 17개 조합만이 자본잠식 상태라고 밝혔다.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퇴직급여와 신용대손 충당금을 결산에 반영할 경우 무려 1,234개 조합이 결손상태에 있고,647개 조합은 전액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이처럼 단위조합이 부실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회원이 1,000명 미만인 조합이 전체의 4분의 1인 306개에 이르는 등 조합이 난립한데다 조합장들의 경영능력 부족때문이다.

경제사업의 부실은 중앙회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서울 양재동과 창동에 있는 물류센터의 경우 유통단계 축소라는 당초의 목적과 달리 37개 매장이 수의계약 형태로 일반사업자에게 임대돼 운영되고 있다.농협과 사업자들이 얻는 수익만큼 생산농민과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셈이다.3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는데 자회사가 5개나 설립돼 있는 점도 농협의 방만한 운영실태를 대변한다.

농협 직영의 하나로마트도 규모가 영세한데다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유통시장 개방에 대비,국내외 대형유통업체에 맞선다며 매장수를대폭 늘려가고 있지만,적자매장만 늘어나는 실정이다.감사원 감사에서도 지난 96년 215개이던 적자매장이 97년에는 241개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999-03-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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